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발언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5일 합동연설회를 위해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연거푸 '광주사태'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에 박근혜 후보 측은 "역사인식의 한계"라며 날을 세웠다.
"이명박 역사의식으로 본선 넘겠냐"
이 후보는 광주·전남 합동연설회에 앞서 시내 모 호텔에서 가진 공약 발표 간담회에서 "5·18때 무엇을 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5·18 사태' 당시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과 중동공사 수주 관계로 사우디에 있었으며 급거 귀국했다. '광주사태'는 누구도 부정 못하는 광주시민의 희생으로 완성된 사건이다."
전체적인 맥락으로는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으나 용어는 과거 군부가 5·18을 폄하하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를 그대로 쓴 것이다.
이 후보의 발언 직후 캠프에서는 "표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완성시키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해명했으나 박근혜 후보 측의 예봉을 꺾지는 못했다.
박 후보 측 이혜훈 대변인은 "이 후보의 역사인식 문제는 이미 수차례 노정됐지만 이번 발언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이 후보의 역사인식의 한계를 드러낸 절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왜곡하기 위해 80년대에 만들어졌던 용어를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광주 호남지역에서 이 후보가 벌여온 갖가지 이벤트들은 단지 표를 얻기 위해 속마음을 숨겨온 쇼에 불과했다"며 "이 후보의 역사인식이 이러할진대 본선의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민노 "과거지향 세력의 유유상종"
한나라당 두 후보 간의 '역사인식' 공방이 다른 당에서는 비웃음을 샀다. 5·16을 "구국혁명"이라고 한 박 후보 측에서 이 후보의 "역사인식의 한계"를 나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신당 오충일 대표는 6일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는 4·19와 5·18, 6·10 항쟁, 그리고 지금 자유민주주의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을 왜곡하고 흔들지 말아야 한다"며 한나라당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오 대표는 "'광주사태'라는 표현을 쓴 이명박 후보는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염려스럽다"며 "이 후보가 세 번 씩이나 '광주사태'라고 한 것은 실수라고 하더라도 지나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신당 입당 회견에서 "이 후보의 광주사태 발언은 신군부적 사고와 쌍둥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5·16을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으로 돌리는 것이 박근혜 후보의 주장이라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5.18사태로 돌리자는 것이 이 후보의 주장"이라며 "올 12월 선거가 광주학살 후예세력, 군부독재 잔존세력, 지역주의세력과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학살 후예세력과 군부독재 잔존세력, 지역주의 냉전 수구세력을 청산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박근혜 후보는 5·16을 구국혁명으로 미화하고, 이명박 후보, 손학규 전 지사는 광주에 대한 모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반민주 세력의 이심전심이며, 과거지향 세력의 유유상종"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대표는 "초등학생조차 5·16은 군사 쿠데타, 80년 광주는 민중항쟁이라고 제대로 아는 마당에 상식조차 따라오지 못하는 세력들이 나라의 미래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한민국보다 뒤쳐진 정치의식과 역사의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한결같이 선진화를 내걸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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