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과 관련, 한국 정부측이 탈레반측과의 전화 협상에서 동료 죄수 석방이라는 탈레반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인 피랍자들이 억류돼 있는 현지 가즈니주 탈레반 관계자가 자사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국측은 3일 전화협상에서 "우리는 역부족이다. 당신들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탈레반측에 말했다.
탈레반측은 한국인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수감 중인 동료 수감자들의 석방을 고수, 한국측에 대해 미국 정부가 석방에 동의하도록 힘써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탈레반측은 인질을 추가로 살해하지 않는 등 양측 대표가 대면 협상을 통한 해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양측 대표단의 대면 협상이 장소를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21명의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들 사이에서는 "전부 살해하든가 석방하든가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이에 현지 탈레반 사령관은 "앞으로 며칠 더 참으라"고 지시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자칭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인질들은 1명씩, 적어도 500m 떨어진 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거기서 샤워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아마디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시 탈레반에 의한 외국인 납치사건이 계속될 것'이라는 아프간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이번에 수감자들이 석방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외국인을 납치, 살해할 것이다. 살해하지 않은 것은 수감자 석방 가능성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인질들의 상태에 대해 "여성 2명이 중증 위장병으로 심각한 상태"라며 "다른 사람들의 병세는 가볍다. 여성들은 계속 울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디는 또 피랍자 가족들이 이들의 생사를 우려해 울며 지낸다는 질문에는 "왜 그들은 아이들이 아프간에 가는 것을 막지 못했는가. 우리는 외국인을 살해한다는 경고를 해 왔다"고 강변했다.
이어 "이슬람 이외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동맹국의 인간들은 적이다"라며 "미국은 왜 공습 등으로 아프간 시민을 계속 살해하고 강제 수용소에서 계속 고문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아마디는 현금에 의한 해결에 대해서는 "현금은 필요 없다"고 했고, 탈레반의 목표는 "다시 정권을 잡아 이슬람교도에 의한 진정한 이슬람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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