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납치 사건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피랍 인질들의 생생한 육성이 국내외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탈레반이 긴박하고 처절한 인질들의 육성을 언론에 흘리는 이유는 아프가니스탄과 한국 정부 등 협상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그렇다면 탈레반이 억류 중인 한국인 인질과의 언론 매체와의 통화는 어떤 경로를 통해 이뤄질까.
탈레반과 직접 연결 통로를 구축하고 있는 뉴스통신사인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의 편집장인 샤라파트 야쿠브 씨는 인질과의 통화에는 '정보 장사꾼'으로 통하는 중개인이 끼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돈이 오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샤라파트 편집장은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이나 한국인 인질과의 직접 인터뷰가 가능한지를 묻는 연합뉴스의 요청에 "모든 것이 돈이다. 돈 없이 인터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질들을 직접 인터뷰하는 경우 탈레반측이 요구하는 액수는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며 "이 돈이 모두 탈레반측으로 흘러들어가는지 아니면 중개인과 나누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동안 탈레반에 납치된 각국 인질들의 육성이 직접 언론을 통해 중계됐을 경우 많든 적든 '사례'가 오고갔다는 뒷얘기들이 나돌았으며, 미국 CBS가 지난 26일 임현주 씨 육성 통화를 방송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소문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탈레반 대변인과의 간접 인터뷰 등에는 사례비가 필요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계인을 통하거나 탈레반이 스스로 필요해서 언론에 성명이나 육성을 공개하는 경우라면 거래 조건이 상당히 완화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탈레반은 자신들의 위치가 추적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만큼 믿을 만한 통로가 아닌 경우 인질과의 통화와 같은 고급 정보의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자칫 중개인이 실수라도 하게 될 경우 살해 위협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인질과의 통화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최근 여성 인질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구매 제의를 받았던 국내의 한 언론사는 탈레반측이 처음에 1만달러를 요구했고 테이프의 진위 여부를 확인시켜준 뒤에는 2만달러를 요구했으나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탈레반 대변인이나 아프간 인사들의 입장을 연합뉴스에 전달해온 아프간의 한 소식통 역시 "인질과의 직접 통화에는 2만달러 정도가 필요하다"며 주선을 제의하기도 했다.
이는 인질과의 통화나 육성이 담긴 테이프 거래에 적용되는 '정가'를 대략 추산해 볼 수 있는 사례다.
AIP 샤라파트 편집장은 "인질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어쨌든 직접 통화에는 상당한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과 접촉이 없던 언론 매체가 대변인과 첫 직접 인터뷰를 시도할 경우 최소 600∼900달러의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인질과의 직접 인터뷰 비용을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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