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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국민, '우리는 하나다'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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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국민, '우리는 하나다' 열광

후세인 축출 이후 4년여만에 온 국민이 환호

이라크 축구 대표팀이 29일 2007 아시안컵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이라크 역사상 처음으로 대망의 우승컵을 차지하자 이라크는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라크 축구팀이 내전을 방불케 하는 국내의 혼란한 상황을 딛고 시아파, 수니파, 그리고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이라크 대표팀이 일궈낸 값진 승리는 종파 및 종족 간 갈등으로 분열해 온 이라크인들을 하나로 묶어 환호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이라크인들은 이날만큼은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축구팀의 승리 앞에 하나로 뭉친 모습을 보여줬다.

승리를 환호하는 물결은 바그다드를 비롯해 시아파 아랍족이 많이 사는 중남부의 나자프, 카르발라, 바스라와 북부의 쿠르드족 자치지역 등 이라크 전역에서 동시에 출렁였다.

이라크 대표팀의 공보관 왈리드 타브라는 "모든 도시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기쁨에 어쩔 줄 모른채 행복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고, 이라크 에르빌의 알자지라 특파원 호다 아브델 하미드는 "이라크에 있는 15년 동안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라크 난민촌에서도 환호의 함성
▲ 이라크 우승이 확정되자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고 있는 바그다드 시민들. ⓒ로이터=뉴시스

또 시리아, 요르단 등지에 있는 이라크 난민촌에서도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라크 당국은 대표팀이 지난 21일 베트남을 2-0으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할 당시 총기 난사로 2명이 사망하고 25일 한국과의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둔 후 차량 폭탄테러로 50여 명이 숨지자 결승전이 열린 이날 바그다드 시내에서 경기시간 전후로 14시간 동안 모든 차량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총기발사를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환호 인파 중 군인과 경찰관들은 소총과 권총을 연발하며 우승에 가장 먼저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민들도 시아파 최고 지도자인 알리 알-시스타니가 자제를 호소했지만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 건물 옥상에서 공포탄을 쏘아대거나 거리로 뛰쳐나가 국기를 흔들며 춤을 췄다.

이라크 TV의 한 뉴스진행자는 이라크 국기를 몸에 걸친 채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고, 미국의 CNN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이라크 축구팀의 승리를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미군도 성명을 발표해 이라크 팀의 승리를 축하했다.

한 이라크인은 이라크 국영 TV에 "우리의 꿈이 실현됐다.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

다만 이날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발사한 총탄에 맞아 이라크인 7명이 죽고 50여 명이 부상했다. 내무부 관계자는 유탄에 맞아 숨진 사람이 최소 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부상자도 5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총기 소유를 명예로 여기는 문화가 있는 이라크에서는 결혼식 때도 축하의 의미로 총을 공중으로 쏘는 일이 흔해 하객들이 유탄에 맞아 숨지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이라크는 하나다"

이라크인들은 아랍족 시아, 수니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의 승리가 정치인들이 이루지 못한 하나의 이라크가 될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그다드 경찰관인 사바 샤이얄(43)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은 하나의, 통합된 이라크만이 있을 뿐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축구 선수들이 반목하는 정치인들과 달리 진정한 이라크의 모습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 4년 간 난민 생활을 해온 알리 키온(24)은 "우리 대표팀이 이겨 너무나 기쁘다"며 환호했고, 다마스쿠스에서 살고 있는 한 이라크 난민은 "이라크인들은 서로 사랑한다. 모두가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를 보라. 우리는 한나라 국민이다"며 감격해 했다.

이날 TV로 결승전을 지켜보며 응원전을 펼친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우승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결승골을 넣은 유니스 모하메드 선수에게 2만 달러의 특별포상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1만 달러씩을 주겠다고 밝혔다. 말리키 총리는 선수단이 귀국하는 대로 대대적인 환영잔치를 베풀 예정이다.

폭탄테러 위험 계속
▲ 비에이라 감독과 포옹하고 있는 유니스 모하메드 선수. ⓒ뉴시스=로이터

그러나 이날도 폭탄테러의 위험이 계속됐던 것으로 보고됐다. 이라크 경비대에 따르면 경기 시작 직전 바그다드 동부에서 경비대가 폭탄이 장착된 차량을 적발해 차에 있던 2명을 체포했고, 경기 직후에는 바그다드 남부에서 폭탄이 장착된 차량이 또 적발돼 테러 용의자 1명을 사살하고 차량을 압수해 폭탄을 해체했다.

차량 통행금지가 실시된 키르쿠크, 나자프, 카발라 등지에서도 차량 폭탄테러 정보가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80km 떨어진 발라드에서는 박격포 공격으로 6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라크 대표팀은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팔에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에 출전했었다

한편 사우디와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영웅으로 부각된 유니스 모하메드 선수는 경기 직후 미군에게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유니스는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침공이 곧 끝났으면 좋겠다"며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니스는 수니파로 키르쿠크 출신이다.

유니스는 또 "이라크 사람들이 내 말에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만약 내가 이라크로 돌아가면 누군가 날 죽일 수 있다"고 이라크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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