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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정부 언론플레이 탈레반 뺨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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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정부 언론플레이 탈레반 뺨치네

책임 회피용 발언 일관하는 진짜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의 언론플레이가 화제다. '탈레반 대변인' 두 명, '탈레반 지휘관의 대변인' 한 명 등이 번갈아 등장해 때로는 낙관론을, 때로는 비관론을 설파하며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이들로 하여금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하고 있다. '특종을 갈망하는 언론의 생리 활용해 혼선을 유도하고 납치극의 성과를 극대화 하려는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진짜 언론플레이를 하는 데는 따로 있다. '정부 관계자' 혹은 '협상 대표단'이라는 권위를 빌어 실제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 곳, 바로 아프간 당국이다.
  
  이어지는 거짓말
  
  언론플레이 의혹이 짙은 대표적인 사례는 25일 끝내 피살된 배형규 목사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런 말은 배 목사 피살 직후 아프간 '경찰 관계자', '정부 당국자', '정부 협상단 소속 관리' 등 모두 정부쪽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그러나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인질을 총살했다'고 일관되게 말했고, 총상을 입은 배 목사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병사' 혹은 '자연사' 주장은 수그러들었다. 배 목사가 과거 폐질환이 위중했었다는 지인의 증언이 있긴 했지만, 정부는 26일 "인명을 해쳤다", "희생됐다" 등의 표현을 씀으로써 그가 피살됐음을 확인했다.
  
  25일 밤 피랍자 가족들을 잠시나마 흥분케 했던 '8명 석방설'도 일본 <NHK>가 아프간 정부 소식통을, <교도통신>이 아프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현재까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자 아프간 정부 협상책임자는 26일 <NHK>를 통해 '이송지로 가다가 돌아왔다'는 드라마틱한 언질을 줬다.
  
  현지시각 26일 정오(한국시각 오후 4시 30분)까지 6~8명의 인질 석방과 관련해 모종의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는 말도 가즈니 주(州)의 알리 샤 아마드자이 경찰서장의 입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는 그같은 낙관론을 펴게 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도 '모종의 합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프간 정부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가 부정확한 것으로 드러났던 사례는 그 외에도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으로 △"탈레반, 주(州)내 수감된 탈레반 대원 전원 석방 요구"(23일, 가즈니주 출신 국회의원 카일 무하마드 후세이니) △"아프간 정부, 탈레반 수감자 석방 대신 현금 지불 제안"(24일, 정부 협상단 간부, <요미우리> 보도) △"탈레반, 인질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24일, 정부 협상 담당자, <NHK> 보도) 등이 그것이다.
  
  미국 눈치보기와 언론플레이 말고는 할 게 없는 카르자이 정권
  
  석방 협상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틀린 것으로 귀결되는 팩트를 전달할 수는 있다. 설령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잘못 판단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 측 인사들의 일련의 발언을 단순히 상황 파악 오류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그들의 전언이 주로 △협상의 낙관적인 측면을 과장한다거나('8명 석방' '모종의 합의' '인질 안 해쳐') △탈레반 요구의 부당성을 부각시킨다거나('탈레반 수감자 전원 석방 요구' '아프간 정부, 몸값 제안') △협상 결렬의 책임을 모면기 위한('병사') 방향으로 일관되게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플레이 의혹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협상에 책임을 지고 있는 측에서 상대방 요구의 불합리성을 과장함으로써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결렬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양태다. 아프간 정부의 언론플레이는 1차적으로 그같은 협상의 기본 원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레반이 인질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거나 "인질이 병사했다"와 같이 사태의 본질을 결정적으로 왜곡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행태는 현 사태를 둘러싼 아프간 정부의 처지를 방증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뒷받침이 없다면 하루가 위태로운 카르자이 정권의 취약성, 그런 미국이 보내고 있는 인질-탈레반 맞교환에 대한 무언의 거부 속에서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는 게 바로 카르자이 정권의 군색한 형편인 것이다.
  
  그에 따라 형식상 탈레반 수감자 석방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카르자이 대통령은 피랍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26일까지도 사태에 대해 일언반구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 석방을 위해 탈레반 수감자 5명을 풀어주자 미국서 날아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번 한 번 뿐"이라고 했던 카르자이의 말은 한국인 인질들에 대한 희생이 시작된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입장으로 간주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26일 카불에 도착할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난 카르자이의 입에서도 아프간 정부 당국자들처럼 언론플레이성 발언만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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