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합동연설회의 '감초'는 단연 홍준표 후보였다. 예의 입담으로 이명박-박근혜 양대 진영의 네거티브 공방을 싸잡아 비판해 관중석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양대 진영 지지에 따라 자리를 나눠앉았던 지지자들이 홍 후보의 연설에는 하나가 돼 박장대소를 날렸다.
이번 연설회를 통해 한나라당 내 홍 후보의 인기가 제고될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24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대의원 0.7%, 당원 0.5%로 기록된 지지율까지 제고될 지는 미지수다.
"양대 진영 검증이 금도를 넘어"
홍 후보는 "이번 검증국면을 보면서 연탄장수 아저씨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제 손에 연탄이 묻은 줄 모르고 제 얼굴이 깨끗하다고 비벼대니 얼굴이 갈수록 더러워진다"는 것.
홍 후보는 "양대 진영이 금도를 넘는 검증을 하고 있다"며 최태민 목사와 박 후보 간의 과거를 끄집어 낸 이 후보 진영에부터 쓴 소리를 했다.
"남이 연애를 했느냐, 안 했느냐를 왜 검증하나. 1998년도부터 국민과 연애를 하겠다고 약속한 분 아니냐. 격동의 세월을 살았으니 문제 있을 수도 있지만 왜 그런 걸 갖고 왈가왈부하나."
최근 이 후보 진영의 소장파 의원들이 박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 원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를 주장하는데 대해서도 박 후보를 두둔하고 나섰다.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조의금 받아서 조의금 갖고 세금 내는 미친놈을 봤냐. 그걸 조의금으로 봐 주면 되지 그걸 환산하면 300억이라고 세금 냈냐고 하면 어떡하나."
홍 후보가 "남자들이 진짜 쩨쩨하단 말이야.", "자기 진영에도 불법이 있으면서 남자들이 추접게('추잡하게'의 경상도 사투리) 왜 그러냐." 등 농반진반으로 이 후보 측을 원색 비판할 때에는 특히 박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홍준표", "옳소" 등의 호응이 쏟아졌다.
"사기업에 있다 보면 윤리 못 지킬 수도 있지"
그러나 곧 화살은 박 후보 진영으로도 날아갔다. 홍 후보는 박 후보 측이 이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이 후보가 한 것은 투기가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투기가 뭐냐. 여기 사서 저기 사는 게 투기다. 기업경영을 도덕적, 윤리적으로만 하냐. 기업 경영하다보면 돈 되는 게 보이고 그러면 친인척한테 땅 한 번 사보라고 할 수 있다."
홍 후보는 "검증은 (이 후보가) 정계에 입문한 1992년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그 이후로 정치권력을 이용해 부정축재한 일이 있느냐를 보는 게 맞지 장사할 때 한 일을 놓고 도덕적으로 장사했나를 따질 수 있겠냐"고 적극 이 후보를 감쌌다.
"이렇게 따지다 보면 본선에 가서 변명할 여지가 없다. 두 후보에 대한 서로 물고 뜯고 하는 일은 이제 그만 두자. 당원도 국민도 공감하지 않는다."
양대 진영 모두에 자제를 요청하는 대목에선 다시 한 번 박수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호응은 거기까지였다. 정작 홍 후보가 "홍준표가 되면 편한 선거를 한다. 일도 잘하고 흠도 없고 말도 잘 하는 사람을 뽑아서 편한 선거 하자"며 자기 얘기를 꺼내자 장내 환호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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