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영화 중에는 10월 29일 김정은 제1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인민체육대회 남자축구 결승경기를 관람한 모습도 포함됐다. 보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비서가 50여일만에 다시 등장한 리설주와 함께 김일성경기장에서 4.25팀과 선봉팀의 축구경기를 관람한 장면이다.
그런데,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귀빈석으로 나오는 김정은 제1비서의 손가락에 담배가 들려있었다. 안에서 피다 만 담배를 그대로 가지고 나와서인지 연기가 피어오르는 담배가 김 비서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었던 것이다.
▲ 피던 담배를 손가락에 끼운 채 김일성경기장에 나온 김정은 제1비서. 조선중앙TV 캡처 |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채 공개석상에 나온 김정은 비서는 관중들의 환호가 계속되자 담배를 끼운 손을 아래로 내린 채 다른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했다. 김 비서는 곧 자리를 잡았지만 그의 손에서는 여전히 담배가 떠나지 않았다. 김정은 비서의 양 옆에는 부인 리설주와 총참모장인 현영철이 자리를 잡았다.
김정은 제1비서, 10대 때부터 담배 피워
김정은 제1비서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김정일 위원장 곁에서 10년 가까이 요리사를 했던 후지모토 겐지 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김정은과 함께 담배를 피곤 했다'고 자신이 쓴 책에서 기술하기도 했다. 또, 김정은의 나이가 이제 28살이니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특이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10월 29일 김정은 제1비서가 경기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뭔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먼저, 김정은의 오른쪽 옆에는 부인 리설주가 앉아있었다. 리설주는 50일 넘게 자취를 감추다 배가 불룩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해 사실상 임신중임이 확인된 상황이었다. 야외라고는 하지만 임산부 바로 옆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
▲ 담배를 피우는 김정은 제1비서의 양 옆으로는 부인 리설주와 총참모장 현영철이 자리를 잡았다. 조선중앙TV 캡처. |
또, 김정은의 왼쪽 옆에는 현영철 총참모장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현영철은 '50년대 초반에 태어나 현재 60대 초반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제1비서보다 서른 살 이상 나이가 많은 것이다. 김정은 비서가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는 북한에서 현영철이 김정은보다 나이가 많다는 게 큰 의미야 없겠지만, 60대의 노(老)군인 앞에서 20대인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는 것이 과히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 김정은 제1비서의 등장에 열렬히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 조선중앙TV 캡처. |
하지만, 이러한 것들보다 이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요인은 김정은 제1비서가 담배를 들고 있던 시점이 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장에 입장하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운 수 만명의 관중들이 최고지도자의 등장을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자리에 김정은은 피다 만 담배를 들고 나왔다. 북한에서 아무리 김정은이 절대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대중들과 첫 인사를 하는 자리에 피다 만 담배를 들고 나온 것은 기본적인 예의에 맞지 않는다.
아무도 김정은에게 '담배 끄자'는 말 못해
김정은 제1비서가 피다 만 담배를 들고 경기장으로 나갈 때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한 간부들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감히 김정은 비서에게 '담배불을 끄고 나가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라는 말을 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하기야, 자칫 목이 달아날 지도 모를 불경한 말을 누가 감히 하려 했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김정은 제1비서가 피다 만 담배를 들고 경기장에 나온 것은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도 김정은 비서 앞에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북한 권부의 경직된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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