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최고위급 장성들이 아프가니스탄의 군사 작전이 실패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접국인 파키스탄까지 이슬람주의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에게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옵서버>는 15일 영국과 미국이 이라크 전투에 발목이 잡혀 아프간에 대한 관심을 덜 쏟고 있다는 군부의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영국군 장성들은 브라운 총리에게 보낸 이 메시지에서 하미드 카르자이가 이끌고 있는 아프간 정부가 붕괴한다면 영국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피터 앤서니 인지 경(Lord Inge)은 지난 주 상원에서 "최근 아프간에 가 보니 많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며 "우리는 그 문제를 인정하고 전략 실패가 가져올 결과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옵서버>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훈작(勳爵) 직위를 수여받은 인지 경의 이같은 발언은 브라운 총리에게 우려 사항을 전달한 현역 장성들의 직접적인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위 사령관들의 우려 사항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군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모두 매우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인지는 그런 장군들을 대신해 우리가 실패하고 있음을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
인지 경과 더불어 자유민주당의 전 당수인 애쉬다운 경도 상원 토론에서 아프간과 관련해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그는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에서 실패한다면 그 결과는 이라크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파키스탄이 넘어간다. 영국의 안보 문제가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다. 전쟁이 지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군벌들이 일어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애쉬다운은 이어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된다면 (아프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나토군에게도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아프간에 있는 나토군이 받을 피해는 보스니아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받았던 상처만큼 클 것이다. 그것은 또한 유럽과 미국과의 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처 미국이 유럽에 제공하고 있는 안전보장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쉬다운은 다국적군인 나토군의 작전과 미군의 탈레반 소탕작전을 통합·조정할 리더십이 부족하고 아프간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등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단일한 군사 작전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패배할 것"이라며 "이 싸움은 여론전이다. 점령군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다. 등 돌린 민심을 바로잡는 것은 아주 아주 어렵다"고 말했다.
아프간 주둔 장성들과 애쉬다운 경의 이같은 경고는 이번 주 영국 하원 권사위원회에 제출될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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