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협력한 이라크인은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못한 '주변인' 신세다.
이라크 사회에서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지만 미 정부도 이들의 안전이나 생명에는 어떠한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ABC 뉴스 인터넷판은 16일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미군에 협력한 이라크인이 기대와 달리 미국으로부터도 버림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내 미군 협력자들은 망명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보호하고 싶어하지만 미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이러한 꿈이 실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로 미 의회는 향후 2년 간 통역 등 미군 협력자들에게 1천건의 특별입국사증을 발급해주기로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이 혜택을 받은 사람은 아프가니스탄인을 포함해 3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일부러 미군 협력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정부가 이들의 미국행을 허용할 경우 이라크전쟁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일축하고 있는데 앨런 소어브레이 국무부 차관보는 "행정부가 그런 제한을 가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미군에 협력한 이라크인의 미국행을 주선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커크 존슨은 "이들이 갈 곳이 미국 뿐이라면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라크전쟁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에 일이 잘 안 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2005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소속으로 이라크 팔루자에서 일한 존슨은 이라크 협력자 500여명의 미국행을 추진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단 한 건도 성사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대통령과 정부의 말을 믿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이라크인들은 이제 자신들이 배신당했음을 깨닫고 있다"며 "우리를 도운 사람들에 대해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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