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런 소문이 널리 퍼져 선비의 주변에는 늘
다양한 재주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한번은 그 선비가 외국을 방문했는데
거기서 첩자라는 모함을 받아 위기에 처했습니다.
선비는 자신에게 대접을 받던 도둑질 잘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그 나라 왕에게 선물했던
흰 여우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훔쳐 오게 시켜
그것을 그 나라 왕비에게 뇌물로 주었습니다.
왕비는 왕을 설득해
선비가 자기 나라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황급히 자기 나라로 돌아가던 선비 일행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국경을 막고 있는 관문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닭이 울어야 관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언제 왕이 마음을 바꿔 쫓아올지 몰라
선비가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마침 일행 중에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 있어
몇 번 닭 우는 흉내를 냈더니
근처의 닭들이 모두 울어대기 시작했고
관문이 열렸습니다.
그리하여 선비는 무사히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귀족이었던
맹상군(孟嘗君)이라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어떤 재주를 가진 사람이건 주변에 두면
어려울 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재주라는 것이
물건을 훔치거나 닭소리로 남을 속이는 것처럼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래서 옛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맹상군의 주변에 제대로 된 사람이 별로 없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닭 울음소리를 내고 개구멍으로 물건을 훔친다는 뜻의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말은 지금도
바르지 않고 깊이도 없는 잔재주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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