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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북미 군사회담을 제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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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은 왜 북미 군사회담을 제안했나

[전문가 해설] '군사적 긴장완화 협의, 이제 미국이 나서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논의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북한이 미국과의 군사회담을 제안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평화체제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군사 현안을 이제 미국과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때가 됐다는 북한의 신호라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과거에는 무력화를 시도했던 정전협정을 이번에는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며 구체적이고 실효성있는 군사회담을 제안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제안에 미국이 호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북한이 미국과 군사회담을 제안했던 적이 있나?
  
  "군사 문제는 북미 양자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은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다. 1996년 군사정전위원회를 대신할 북미 군사공동기구를 위한 북미 양자협의를 제안하긴 했지만 정식 군사회담을 제안했던 적은 없었다. 푸에블로호 사건, 판문점 도끼 사건, 미군 유해송환 등 실무적인 차원에서 북미 군사협의가 있었지만 공식적인 군사회담은 없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까 남북 군사협의 말고도 북미간에 해결하고 문제제기할 마당이 필요하다고 느껴서 제의한 것 같다."
  
  - 중국도 정전협정 당사자이고 최근 논의되는 평화체제 논의에도 들어가는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유엔은 함께 할 수 있다면서 중국을 뺀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이 정전협정에 서명하긴 했지만 1994년 중반 모든 권한을 북한에 일임하고 철수했다. 그래서 북한 지역에 대한 군사 관할권은 모두 북한이 갖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할 얘기가 없는 것이다. "
  
  - 제안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선 미국이 최근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대신 유엔군사령부를 확대·강화하려는 움직임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 북한은 북미 군사회담을 통해 유엔사 해체 문제를 논의하자는 의도일 수 있다. 또 남북 장성급회담을 열어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논의하는 등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남북 회담에서는 한미합동군사훈련 같은 걸 다루지 못한다. 따라서 그런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일 수도 있다."
  
  - 미국이 호응할까?
  
  "어려울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한국까지 참여하는 3자회담이 아니면 한국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 북한도 실제로 미국이 호응해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제기를 미리 해놓자는 의미인 것이다."
  
  - 과거 정전협정 무력화를 시도했던 북한이 이번에는 정전협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게 눈에 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일방적으로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하면서 정전협정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이번에 나온 담화도 군사정전위 북한 측 대표부가 아니라 북한 판문점 대표부 대표 명의로 되어 있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 어떤 의미가 있나?
  
  "1990년대 중후반 제기됐던 남북미중 4자회담에는 평화체제 분과와 군사적 긴장완화 분과 두 가지가 있었다. 앞으로 9.19공동성명에 따른 한반도 평화포럼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 포럼에서는 중국 때문에 군사 문제를 논의하기보다는 법과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정치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90년대 4자회담에의 평화체제 분과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긴장완화 분과의 기능을 하는 논의 구조를 원했고 그것이 이번 제안에 담긴 뜻으로 풀이된다.
  
  4자 포럼에서 군사문제를 논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군대도 없고, 1994년 군사정전위에서 철수하면서 한반도 군사문제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이 없어졌다. 따라서 중국이 군사 관련 협의에 참여하는 것을 미국, 한국, 북한 모두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틀란틱 카운슬이 최근 남북미 3자 군사협정을 얘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평화체제는 4자가 얘기하고 군사협정은 남북미 3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그 3자에서 한국을 빼고 북미 2자가 하자는 것이다."
  
  - 예상되는 미국의 반응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 때문에 그런 제안을 받을 수는 없지만 남북미 3자 군사회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남북 군사회담과 북미 군사회담을 복수로 열어서 결과적으로 남북미 3자회담이 되게 하는 방식으로 수정제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은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 군사회담에서 실질적인 군비통제를 얘기하는 것을 거부했다. 재래식 무기 문제도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 대남 메시지는 없나?
  
  "남한에 대한 정치공세적 성격도 있다. 그동안 남한은 북한이 제기하는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남한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NLL도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가 그은 것이니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하겠다'는 식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 실효성이 있는 제안인가?
  
  "대남 공세적 성격이 있긴 하지만 그냥 해 본 말은 아닌 것 같다. 정전협정을 존중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빈말이었다면 기존의 북한 입장대로 정전협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전협정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고 그것은 법적으로 실질적인 무언가를 해보자는 제안이다."
  
  ■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평화체제 언급이 나오지만 실제로 그것을 논의하자는 의도는 아닌 것 같다. 담화 요지만을 봤을 때 미국이 대북 압살정책을 계속하고 군사연습을 계속하면 자기들도 자위적인 조치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2.13합의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강조하기 위한 것 같다. 평화체제를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다.
  
  북한 군부의 관심사가 역시 미국의 위협이니까 그걸 문제점으로 제기하면서 그걸 논의하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정전협정 60항은 관계국 정부가 정치회담을 하도록 되어 있다. 즉,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문제에 관한 협의도 군부만이 할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 담화는 평화체제와 관련해서 북한에 군사적인 관심사가 있고 제기할 현안이 군부 쪽에도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평화체제 협상 쪽으로 끌어가기보다 만약에 미국이 수락한다면 과거에 했듯이 판문점 장성급 회담 수준으로 하자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미국이 현재 큰 그림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뜻 제안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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