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번 주 남측 관계자들의 개성공단 방문을 갑자기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놓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에 있는 남측 기관인 개성공단관리위원회는 북측 파트너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10일 접촉을 갖고 개성공단 방문행사 연기의 사유를 묻고 조속한 정상화를 요청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지도총국이 12일과 13일로 예정된 행사는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행사 연기 요청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금강산, 평양 등 다른 지역에 대한 남측 인사의 방문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개성공단도 방문행사 말고는 사업 관계자들의 왕래는 이상 없다"면서도 연기 요청의 이유에 대해서는 "추정이 안 된다. 다른 동향은 없다"고 말했다.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방문 '심상찮은 조짐'
우리 정부의 확인은 어려울 수 있지만, 개성공단의 그같은 조치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문 때문이라는 말은 계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달 7일께 북한 대남 라인의 실세 중 한 명인 최승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개성을 찾았던 사실이 근거가 되고 있다. 최 부부장은 김용순 전 비서와 림동옥 통전부장의 뒤를 이어 사실상 대남 업무의 총책을 맡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의 정세도 김 위원장의 개성공단 방문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3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는 징후가 있다"고 말하는 등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에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전격 방문해 정세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그런 추정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이 이처럼 동선을 노출시키면서 '현지지도'를 하지는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2004년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중 일어난 용천역 폭발사고의 기억이 뚜렷한 북한 입장에서 사실상 남한의 공단이나 다름없는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어렵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관측통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순수한 행정적인 이유 때문이거나, 개성 영통사 성지순례 정례화와 관련한 남측 당국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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