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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너지자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국영 에너지기업 자체 군대 보유 허용...의회 관련법안 통과

러시아의 대형 에너지기업들이 자체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4일 러시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기업인 가즈프롬(Gazprom)과 국영 송유관 회사 트란스네프트(Transneft)가 사설 보안군을 보유하고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초대형 기업들이 이같은 권한을 가짐으로써 정부의 공권력과 군사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재벌이자 군벌'을 양성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테러 공격으로부터 보호'가 명분

이 법은 기업의 보안군이 소지할 수 있는 무기를 권총과 샷건(pump-action shotgun)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병력 규모를 제한하지는 않아 마음만 얼마든지 많은 군인을 보유할 수 있게 했다.

이로써 그간 전문 보안업체와 계약을 맺고 시설 경비를 위탁해 온 가즈프롬과 트란스네프트는 보안업체보다 더 큰 자율성을 가진 자신들만의 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러시아 내무부는 앞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의 일부를 가즈프롬에 제공할 계획이어서 기업의 무장을 정부가 돕는 셈이 됐다.

미국의 저명한 에너지정치학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 교수(뉴햄프셔대)는 몇 달 전 에너지파시즘에 관한 글을 통해 이제 미국 군대의 최대 임무는 전세계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와 보호라고 지적한 바 있다. 러시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자국 석유기업의 무력 보유를 허용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푸틴 정부 이후 석유자원에 대한 국가통제권 강화를 통해 옛 강대국의 지위를 어느 정도 되찾은 러시아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조치다. 이제 에너지는 국가의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나아가 기업의 무력 보유를 허용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절대적으로 귀중한 자원이 된 것이다.

한편 이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러시아 경제 부흥의 핵심인 석유와 가스 설비를 테러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사설 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두마 의원인 알렉산더 구로프는 "과거 있었던 두 번의 테러 공격과 한 번의 환경 재해 때문에 러시아는 믿을 수 없는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었다"라며 이 법을 지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얘기치 못한 상황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인 '바른러시아당'의 겐나디 구드코프(연방보안국 근무) 의원은 이번 법안이 기업들에게 군대를 창설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우려했다.

구드코프는 의회에서 "가즈프롬과 트란스네프트가 제안하고 있는 것은 기업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우리 모두는 그 두 회사의 부하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찰스 어윈 윌슨 전 미 국방장관의 '제너럴모터스(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라는 말을 응용해 "가즈프롬과 트란스네프트는 '자신들에게 좋은 것은 러시아에 좋은 것'이라는 말을 따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독립언론인인 블라디미르 티옴니도 인터넷 뉴스 사이트 <그라니>에 "사설 군대를 만든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해외에도 사설 군대를 허가해주는 나라가 있긴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전혀 얘기치 못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가즈프롬은 어떤 회사?

가즈프롬과 트란스네프트는 유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 기업이다.

특히 이 회사는 세계 가스 매장량의 5분의 1을 장악하고 있고, 신문사 1곳과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초대형 기업이다. 조직과 자금력, 정치력이 막강해 '국가 내 국가'라고도 일컬어지는 가즈프롬은 러시아가 주변국들을 다스릴 수 있는 유력한 '도구'인 동시에 러시아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는 평을 듣고 있다.

천연가스 수출 시스템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는 가즈프롬은 최근 가스 가격 분쟁을 일으켰던 우크라이나 및 벨로루시로 가는 가스관을 차단하기도 했다.

가즈프롬은 또 러시아와 지배층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이사회 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부수상 출신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퇴임 후 가즈프롬 회장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은 지금도 끊이질 않고 있다.

가즈프롬은 이 법안이 통과된 후 성명을 발표하고 "통합된 러시아의 가스 공급시스템의 신뢰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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