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톨로지 신자들을 나치주의자, 테러범들과 함께 '위험인물'로 관리하고 있는 독일 정부는 크루즈가 새로 촬영에 들어간 영화 <발키리 (Valkyrie)>에서 독일의 역사적 영웅 배역을 맡은 데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사이언톨로지 신자들, 독일에선 '위험인물'로 분류·감시
북유럽 신화에서 용감한 전사들을 골라 주신(主神)에게로 데려가는 여신의 이름을 딴 영화 <발키리>에서 크루즈는 1944년 히틀러 암살을 계획했던 반 나치 활동가,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 역을 맡을 예정이다. <발키리>는 <슈퍼맨 리턴즈>를 감독했던 브라이언 싱어와 크루즈가 함께 제작하는 영화다.
그러나 독일 국방부는 크루즈가 슈타우펜베르크 역할을 맡을 경우 영화 제작진의 유적지 접근을 금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제작진들은 암살에 실패한 슈타우펜베르크가 즉결 처형을 당한 '벤들러블록'에서 영화의 일부분을 촬영하길 원했으나 독일 정부가 단호하게 거부한 것이다. 현재 이곳엔 국방부 청사가 있으며 그 안엔 추모비와 독일군 나치 저항 기념관이 있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슈타우펜베르크는 나치 정권에 항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라면서 "사이언톨로지란 사교를 믿고 있는 톰 크루즈가 역사적 영웅 역할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사이언톨로지를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는 국가로 꼽힌다. 전체주의의 광풍을 경험한 독일로서는 전체주의와 초인을 강조하는 사이언톨로지의 교리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독일 정부는 사이언톨로지를 합법 종교로 인정하지 않지 않을 뿐 아니라, 스파이와 테러범, 신나치 세력 등을 감시하는 연방헌법보호청에 사이언톨로지 신자들의 감시를 맡겼다.
10년 전에는 신자들 감시를 위해 사복 경찰을 배치하기도 해 더스틴 호프만, 골디 혼 등 할리우드의 유명인사인 신자들로부터 "유대인을 박해하듯 사이언톨로지를 박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사이언톨로지를 장기간 연구해 온 독일 정부 태스크포스팀의 우르술라 카베르타는 "사이언톨로지가 최근에는 아예 독일이 나치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란 이념을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대 사이언톨로지 간의 집단 대결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갈등의 골은 <발키리> 촬영 불허 사건을 통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영화 제작진 측은 독일 정부의 허가가 없으면 다른 곳에 세트를 마련해서라도 영화 촬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슈타우펜베르크의 유족들마저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진행이 녹록치는 않을 전망이다.
슈타우펜베르크는 누구? 2차 대전 당시 육군대령이며 북아프리카 전투에서 기갑사단의 사단장이었던 클라우스 쉥크 그라프 폰 슈타우펜베르크(Claus Schenk Graf von Stauffenberg)는 1943년 왼쪽 눈과 오른손, 그리고 왼손의 손가락 2개를 잃는 매우 심한 부상을 입고 베를린 예비부대 참모본부에 배치됐다. 히틀러로부터 총애를 받았으나 무차별적 유대인 학살에 환멸을 느끼고 육군 장교들의 히틀러 암살 모의에 주역을 맡게 된다. 두 번의 모의 시도 끝에 1944년 7월 20일 지금은 폴란드 영토가 된 라슈텐부르크의 야전사령부에 시한폭탄을 설치하는데 성공한다. 폭탄은 터졌으나 히틀러의 책상 아래 놓아뒀던 폭탄이 든 서류가방을 누군가가 다른 곳으로 옮겼고 히틀러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을 뿐이다. 폭발 장면을 목격한 슈타우펜베르크는 히틀러가 죽었다고 판단하고 베를린으로 돌아가 거사 성공을 알렸다. 그러나 미진한 계획 탓에 암살 모의자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히틀러가 살아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슈타우펜베르크는 나치 경찰에 적발된 현장에서 사살됐다. '7월 암살 음모계획'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체포된 자만 5000명에 달했으며 이 중 200명이 처행되고 나머지는 모진 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브리테니카 백과 사전 참조)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