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3만여 명(경찰 추산 1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회는 11월 13일인 전태일 열사의 기일에 맞춰 노동운동 진영이 매년 주최해온 행사다. 참가자들은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남대문을 거쳐 서울역까지 행진한 뒤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역 광장에 모여 본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노동자대회의 쟁점은 23명의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쌍용차 사태였다.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화두였다. 20여 일째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해고노동자 최병승 씨와 천의봉 씨에도 초점이 맞춰졌다. 이들은 사내하청 전면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 민주노총이 '2012 전국 노동자대회'를 연 11일 오후 참가자들이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서울역광장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남빛나라) |
지난 9일 사상 최초로 전국 동시파업에 돌입한 학교비정규직노조도 대회에 참가해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18대 대선이 40일도 남지 않은 만큼,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고 노동자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진보진영이 통합을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도 곳곳에서 표출됐다.
이상진 전국민주화학섬유연맹 위원장은 행진 중 연단에 올라 "대선후보들의 노동공약은 진정성이 없다"며 "30일 넘게 곡기를 끊은 김정우 지부장 등 살아있는 전태일이 있는데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노동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에서 "자본독재 이명박과 새누리당 정권을 몰아내지 않고는 사업장 현안투쟁도 어느 조직의 제도개선 투쟁도 성과를 얻어내기 어렵다"며 "우리 민주노총이 노동자로서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하고 또 후보들에게도 어느 쪽에 설 것인가를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좀처럼 통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진보진영에 대한 반성과 지적도 이어졌다. 정 직무대행은 "노동정치의 분열 때문에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실패했다. 이것이 이 중요한 시기에 흐트러져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진보정치의 현실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 김소연 후보, 김순자 후보가 모두 참석해 노동자를 대변하겠다고 나선 대선후보만 네 명인 진풍경을 연출했다.
정 직무대행은 "식민잔재와 유신잔재를 쓸어내고 자본독재를 몰아내는 대선투쟁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민주노총이 '2012 전국 노동자대회'를 연 1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참가자들이 비옷을 입고 연대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
행사 중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철탑농성 현장을 연결해 최병승 씨와 천의봉 씨가 발언하기도 했다. 최 씨와 천 씨는 오는 17일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에서 열리는 '3차 현대차 울산공장 포위의 날'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쌍용차 사태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은 투쟁사를 통해 쌍용차 사태를 "야만적인 정권에서 자행된 사기극"이라고 규정했다. 한 전 지부장은 "그래서 국정조사를 요구했으며 우리의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전 지부장은 "현재 새누리당 당사 안에는 우리 대표단이 4일째 고립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상복을 입은 채 쌍용자동차 사태의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전 지부장은 "이제 쌍용차 사태는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 노동자들이 뛰어넘어야 할 과제"라며 "그간 우리는 현장의 이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나약함으로,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말은 하면서 행동하지 못하는 나약함으로 민주노총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선정국과 관련, 민주노총은 "오는 14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세부적인 대선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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