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유럽 합중국의 꿈' 부활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유럽 합중국의 꿈' 부활하나

EU, 헌법 대체 조약에 합의…'정치통합의 길' 열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3일 새벽 브뤼셀에서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2년 전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반대로 부결된 EU 헌법을 새로운 '개정조약(Reform Treaty)'의 형태로 되살리는 데 합의했다. 좌초 위기에 몰렸던 헌법이 느슨한 '미니조약'의 형태로라도 부활하게 됨으로써 EU의 오랜 숙원인 '정치통합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로써 '유럽 합중국의 꿈'도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EU가 결속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대항 세력으로 거듭난다는 '유럽 합중국'의 구상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 이후 유로화 도입과 EU 확대로 한껏 무르익었다가 헌법 부결로 난항을 겪어 왔다.

폴란드 반대한 '이중다수결제', 2017년으로 연기

브뤼셀에서 EU 회원국들 간의 합의가 이뤄진 것은 23일 새벽 4시 30분(현지시간)이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그 동안 이중다수결 제도에 반대하며 거부권 행사를 고집했던 폴란드의 레스 카친스키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27개 회원국 중 15개국(55%) 이상이 찬성하고 역내 인구의 65% 이상이 찬성하면 주요 사안을 의결토록 한 이중다수결제도는 27개국으로 덩치가 불어난 EU의 효율적인 의사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는 이 제도가 역내 최고의 인구대국인 독일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과반수 이상 회원국들이 찬성하더라도 독일,프랑스,영국 등 인구대국들이 반대할 경우에는 부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폴란드는 나치 시절 독일에 점령당한 악연을 갖고 있는 만큼 독일에 사실상 거부권이 부여되는 이 제도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도입 시기를 2009년에서 2017년으로 한참 미루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그나마 앙엘라 메르켈 총리가 폴란드를 배제한 채 합의해 줄 것을 요청하며 예상됐던 파국은 면한 셈이다.

폴란드는 유예에 합의하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특정 회원국의 에너지 공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도움을 주는 '단결의 조항'을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폴란드와 함께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리투아니아도 이 조항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집안싸움 마무리 지은 EU, 국제사회에서 '제 역할' 기대
▲ EU 헌법을 대체할 '개정조약' 합의를 밝히는 앙엘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로이터=뉴시스

이 밖에도 2년 전 국민투표 부결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됐던 '헌법'이란 명칭과 EU에 초국가적 지위를 부여하는 국가와 국기, 공휴일 등 상징물에 관한 조항도 삭제됐다.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헌법'을 '조약'으로 낮춘 것이다.

그러나 EU 대통령직 등 법규와 제도 등의 혁신을 위한 핵심조항들은 그대로 담고 있어 지난 3월 창설 50주년을 맞은 EU가 정치통합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본연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았다.

EU 대통령직은 현재 27개 회원국이 6개월마다 돌아가며 맡는 순회의장직을 2년 6개월 임기의 상임의장직으로 바꾼 것이다. 대통령직은 1회 연임이 허용된다. 임기 5년의 새 외교 총책직도 신설된다. 직명은 외교장관이 아닌 외교정책대표로 부르기로 했다.

이번 조약은 정상들이 합의한 초안을 토대로 7월부터 각 정부 간 회의를 거쳐 연말까지 최종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EU 정상들이 연말 회의에서 최종안을 승인하면 2008년 중 각 회원국의 비준을 거쳐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된 2009년 상반기에 발효될 전망이다.

최종 발효까지는 2년이란 기간이 남아 있지만 정상들이 초안에 합의함으로써 EU는 지난 수년 간 발목을 잡아 온 내부 논쟁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논의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집안싸움에만 골몰하며 국제사회에서 '정치 난쟁이'란 비아냥을 샀던 EU가 이제는 밖으로 눈을 돌려 '정치 거인'으로 발전할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