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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과 촛대를 해라고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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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반과 촛대를 해라고 부르다

막시무스 - 동양의 지혜를 묻다<10>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하다가
하루는 어떤 사람에게 해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사람은 해는 쟁반처럼 둥근 모양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맹인은 집에 돌아와
구리 쟁반을 두드려 보고 그 소리를 기억해 두었습니다.
며칠 후에 어디선가 쟁반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맹인은 주변에 있던 사람에게 해가 떴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그것은 해가 뜨는 소리가 아니라
종소리라고 일깨워 주었습니다.
맹인을 딱하게 여긴 그 사람은
해는 촛불처럼 밝게 빛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맹인의 손에 초를 쥐어 주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맹인은 우연히 피리를 만지게 되었습니다.
그는 전에 쥐어 본 초를 생각하고는
드디어 해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송나라 때의 작가였던 소동파(蘇東坡)의
'일유(日喩)'라는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확실히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어리석게 믿는다'는 뜻의
'구반문촉(扣盤捫燭)'이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맹인들 여럿이 모여서
코끼리의 일부만 만져 보고
코끼리의 모양에 대해서
말도 되지 않는 엉뚱한 의견을 말한다는
'군맹모상(群盲模像)'이라는
불가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해나 코끼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옆에서 보고 있자면
참 답답한 노릇이지요.
하지만 더 답답한 일은
멀쩡하게 보이는 두 눈을 갖고 있으면서도
'구반문촉'하는 눈 뜬 바보들이
실제로 볼 수 없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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