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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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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83>

기대와 현실의 시차(時差)

자고 나면 무더위를 더하는 요즘이다. 땅으로부터 습열(濕熱)이 한창 오르고 있음이다. 며칠 있으면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이니 그로부터 두 달이 무더운 여름이다.

오늘은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게 되는 문제, 그 중에서도 시간의 간격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최근 증시가 한창 기염을 토하고 있다. 장기 상승세가 이어지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제 정점이다 정점이 아니다, 꼭지다 아니다 아직 멀었다 하는 주장간의 논쟁이다.

어느 주장이 옳은 것일까를 떠나 경험으로 보면 증시는 언제나 그런 논쟁이 시작되고 한참을 지나서야 정점이 나온다. 세상의 일은 이렇듯 언제나 지나친 감을 준다. 다시 말하면 지나친 것이 정상이라 하겠다.

새롭고 신선한 패션이나 디자인이 등장하면 민감한 초기 사용자들이 그것을 즐기다가 싫증이 날 무렵이면 대중들에게로 퍼져나간다. 민감한 초기 사용자들은 진부함을 느끼지만 대중들로 번진 인기와 열기는 오히려 기승을 부린다.

진부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 때가 장사꾼들에게는 최대의 수익 기회가 되는 것이다. 너도 나도 그런 패션의 물건을 공급하다보니 마진은 적어지겠지만, 늘어나는 매출이 그를 충분히 보상해준다.

앞서의 증시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가들은 남보다 앞서 흐름을 감지하는 사람들이라 그들이 지나치다고 느끼는 시점에서 대중들의 주식 열기는 이제 한창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과 현실의 시간 간격, 바로 시차(時差)인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이야말로 가장 판단착오를 자주 일으키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이 보는 것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시차가 존재한다.

어떤 무엇이 뜨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자는 민감한 전문가이지만 그들은 둔감한 대중의 나중 열기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흔히들 사업이나 경쟁에서 새로운 동향 파악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은 먼저 봤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정말 돈을 버는 사람은 동향에 둔감한 척 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왜 그런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잘 새기면 지혜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음양오행이란 바로 지구상의 열과 수분의 순환을 뜻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양(陽)인 열의 원천은 태양이고 음(陰)인 수분은 지구상에 있는 것이다.

햇볕이 가장 많기는 6월의 하지(夏至) 무렵이다. 하지만 6월은 가장 더운 계절이 아니며, 본격적인 무더위는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야 한다. 따라서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그리하여 8월 23일경에 있는 처서(處暑), 즉 더위가 멈추는 절기로부터 서늘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것이다.

해가 가장 많은 때가 가장 무더운 때가 되지 않는 것이니 이는 그로부터 땅이 계속 데워지고 그 결과 땅으로부터 지열(地熱)이 올라와야 비로소 무더위가 오는 것이다.

이를 복사열(輻射熱)이라 하며, 기온(氣溫)은 태양열이 아니라 복사열에 좌우된다.

이처럼 태양열과 복사열의 시간 간격이 바로 앞에서 말한 일들의 이치인 것이다.

증시가 한창 올랐다 해도 그것은 6월의 하지에 태양열이 가장 많은 시기에 해당되는 것이고, 전문가들은 이로써 증시의 정점(頂點)을 느낀다. 하지만 기온은 그로부터 시일이 지나 7-8월에 가서 최고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하늘을 보고 그 햇빛이 많음을 감지하지만 일반 대중은 바로 땅과 같아서 계속 데워져서 한참을 지나야 그 열기가 식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증시든 무엇이든 최고조다 싶은 시점, 이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싶은 시점에서 그 추세는 더 이어지는 것이고 그 때가 사실은 절정인 것이다.

과거 1996년 당시 미국 나스닥 증시가 지나치게 오른다고 느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그린스펀은 '비이성적'이라고 경고성 지적을 했지만 미국 증시는 거침없이 올라서 2000년 초에야 급락을 시작했었다. 기술주(IT) 열풍으로 인한 상승이 무려 4년이나 더 이어진 것이다.

이런 시차(時差)가 존재하는 것은 결국 빛과 열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전문가는 광량(光量)을 느끼는 것이고 대중은 열량(熱量)을 느끼는 것이다.

반대로 증시의 하락이나 여타 세상일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은 지나치게 오르고 오래 이어진다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지만 실은 그것이 정상이라는 얘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12월 동지(冬至)에 가서 해는 가장 짧지만 추위는 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2월 4일경에 입춘(立春)이 있어 봄이라 하지만 추위는 한창 기승을 부리기에 봄이라 해도 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고 초가을 더위가 가장 맹렬한 법이다.

자연과 사물 속에 깃든 이 같은 섭리는 인생을 설계하고 나은 인생을 살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착시(錯視)현상을 가져다주고 또 헷갈리게 만드는 근원적인 이유가 된다.

예를 들어보겠다.

지금 기세가 절정이고 맹렬하게 성공 가도를 달려가는 이가 있다고 하자. 그러다가 이쯤에서 더 이상의 행운과 성공을 바란다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는 실로 옳은 판단을 한 것이다.

짐승은 만족은 알지만 수치를 모르며, 인간은 수치를 알지만 만족을 모른다는 옛말이 있다. 그 역시 인간이기에 나름 이만하면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미 충분한 경지에 온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제 만족하고 슬슬 물러설 생각을 하고 있는데 모든 일이 더 순풍을 타는 것이다.

순풍을 받아 나가다보니 어느덧 당초의 물러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은 은근슬쩍 사라지고 급기야 행운의 여신으로부터 선택된 운명이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모든 일에서 더욱 전선을 확장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때가 좋았던 날들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겠다. 대우그룹의 김우중 씨가 그렇다. 그는 1967년 정미(丁未)년에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따라서 그의 사업운은 IMF 사태가 발생한 1997년 정축(丁丑)년으로서 사실상 끝이 났다, 60년 한 갑자(甲子)의 절반인 30년이 지난 것이다.

그런데 계속 확장경영을 고집하다가 그만 실족(失足)하고 말았다. 그로서는 1987년 무렵이 운세의 절정이었고 그로부터 10년은 슬슬 물러날 준비를 해야 옳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 김우중 씨 운세의 하지(夏至)는 1987년이었고 무더위가 그치는 1997년 정축(丁丑)년이 처서(處暑)였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빛과 열의 시간 간격이다.

또 이런 경우도 흔하다. 모든 것을 다 잃고 이제 더 이상 내려갈 바닥도 없다 싶은 곤경에 당신이 처했다고 하자. 그러나 현실은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고 말하는 지점에서 10년은 더 내리막을 타는 것이다. 이 또한 빛과 열의 차이라 하겠다.

팔자 상담을 해주면서 이런 경우를 너무나도 흔히 접하기에 하는 말이다.

모든 문제는 언제나 그 시점에서 해법이 없으며, 기다리는 소식은 오지 않는 법이다. 해법이 주어질 무렵, 그리고 소식이 올 때가 되면 이미 그 마음도 한풀 접어둔 상태, 이것이 삶의 현실이다.

또 만족할 자리에서 만족을 모르고 꼭 일을 그르치고 나서 후회를 하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역설(逆說)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빛과 열의 차이, 그 시차(時差) 때문이다.

그러니 일을 이루고자 하는 자는 노력의 절정에서 원하는 결과가 없다고 포기하거나 한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 노력이 진지하다면 지루하고 힘들어도 묵묵히 걷던 길을 이어가다보면 반드시 성과를 얻게 되어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기대는 언제나 실현되는 시기보다 급한 법이기에 그렇다.

장하(長夏)의 긴 햇빛을 보다가 문득 오늘의 주제가 생각나서 글을 올리게 되었다.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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