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양복 바지 한 벌 때문에 한인 세탁업자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황당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미 행정법원 판사가 사면초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워싱턴 행정법원의 로이 피어슨 판사가 한인 세탁업자를 상대로 낸 5400만 달러 손해배상 소송의 첫 재판에서 담당 판사가 워싱턴 주민을 위한 소송이라는 피어슨 판사의 주장을 일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주디스 바트노프 판사는 피어슨 판사가 자신을 '민간 법무장관'이라 칭하며 이번 소송이 잘못된 상도덕을 바로잡아 워싱턴 모든 주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당신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 개인일 뿐"이라면서 "당신 자신을 위해 손해배상을 받기 원하고 있을 뿐이며 그것이 전부"라고 못박았다.
뉴욕타임스는 피어슨 판사가 바지를 잃어버렸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를 바라 보는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른바 '판사의 바지'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사건이 이미 라디오 토크쇼와 블로거들의 풍자 대상이 되고 있으며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은 물론 학계도 과도한 소송권 남용으로 사법부에 대한 일반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워싱턴대학의 법대 교수인 폴 로스타인은 "이처럼 터무니없는 소송을 본 적이 없다"고 피어슨 판사를 비판했다.
앞서 소상인들을 상대로 한 소송남용에 대응하는 기구인 미국불법행위개혁협회(ATRA)의 셔먼 조이스 회장은 피어슨 판사에 대해 이번 주 예정된 판사 재임명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법원 판사 출신인 멜빈 웰스도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만약 자신이 이번 사건의 판사였다면 소송을 기각하고 피어슨에게 정 씨에게 법률비용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판결할 것이라면서 피어슨의 판사 재임명 탈락과 변호사협회 제명도 함께 요구했다.
피어슨 판사는 지난 5월 2일 2년 임기가 끝났으나 아직 재임명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한인 세탁업자의 변호인으로 나선 크리스토퍼 매닝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매주 70시간을 넘게 일하고 있는 비영어권 이민자를 착취하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워싱턴의 법률과 사법시스템을 악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바트노프 판사는 이날 공판을 마치면서 내주 주말까지 서면으로 판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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