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소토 특사는 중동평화를 중재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유엔이 구성한 '콰르텟(Quartet)' 역시 "미국 친구들의 모임일 뿐"이라며 문제 해결에 적합한 해법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이스라엘 눈치 보는' 미국 눈치 보느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입수해 13일 보도한 '임무완료 보고서'에 따르면, 데 소토 전 특사는 지난 2년간 유엔의 대표로 중동에서 활동했던 소회를 담은 이 53페이지짜리 비공개 문서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재앙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지난해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미국과 유럽이 '테러세력'으로 지목한 하마스가 정권을 잡자 '콰르텟'은 하마스에 "무력사용을 중단하고 이스라엘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슬람 급진주의 정파인 하마스에는 너무 조급한 요구였다.
하마스가 이를 거부하자 '콰르텟'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제사회의 자금 지원을 중단시켰다. 이스라엘 역시 매달 팔레스타인에 넘겨주기로 했던 세수를 동결시켜 현재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가야 할 자금 수억 달러가 발이 묶인 상황이다.
경제제재가 1년 이상 계속되자 민생은 파탄에 이르렀고 하마스는 봉쇄제재를 피할 목적으로 지난 3월 서방권과 이스라엘이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는 파타당을 끌어들여 공동내각을 구성했지만 이마저 외면당했다.
그 대신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동내각 구성에 합의한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을 압박해 파타당과 하마스를 갈라놓는 전략을 썼다.
결국 파타당은 12일 공동내각 불참을 선언했고 같은 날 하마스가 이날 주요 거점인 파타당의 보안군 본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26명이 사망하는 등 팔레스타인은 내전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를 걷게 된 데에 유엔이 한 몫 했다는 것이 데 소토 전 특사의 판단이다.
데 소토 전 특사는 "유엔이 (중동정책을 통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유엔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데 소토 전 특사는 "솔직히 말해 유엔이 이스라엘에 호의를 베풀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폐단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을 향해서도 콰르텟을 통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계속해 나갈 것인지를 "신중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친구들로 이뤄진" 콰르텟은 그저 "여흥을 돋우기 위한 쇼"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데 소토 전 특사의 판단이었다.
데 소토 전 특사는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활동이 계속되도록 괴팍하게 디자인 됐다"고 비수를 날렸다.
또 미국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도 "이스라엘이 불쾌해 할까 지레 움츠리고 이스라엘과 연관된 군중들의 이해에 영합하려 하는 일종의 경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눈치를 보고, 유엔은 미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팔레스타인 정책이 나올 리는 없는 것이다.
데 소토 전 특사는 이 같은 상황에 좌절하며 유엔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나는 내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자신의 고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대해 유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중동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자신에게 유엔 본부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나 시리아 등과 대화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규제에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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