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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美 국방장관 맞아?"

게이츠의 '脫 럼스펠드 행보'에 분노하는 네오콘

"로버트 게이츠가 미국의 국방장관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국방부를 실제로 움직이는 사람은 민주당의 칼 레빈 상원의원(상원 군사위원장)이 분명하므로 우리는 국방장관 인준 청문회를 새로 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싶다"

지난 8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을 연임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이렇게 비아냥댔다.

▲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왼쪽)과 로버트 게이츠 현 장관(오른쪽) ⓒ로이터=뉴시스

사설은 게이츠 장관에 의해 사실상 경질된 피터 페이스 의장에 대해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뒷받침한 핵심 장성 중 하나"라고 설명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게이츠 씨가 레빈 의원의 비위를 맞춰 가면서 반(反) 럼스펠드 행보를 보여 성공을 좀 해보겠다는 모양인데, 페이스를 연임시키지 않겠다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은 군 최고통수권자인 부시 씨를 전장에 나갈 장수마저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는 힘없는 사람으로 비추게 할 뿐이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네오콘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시각을 대변해 온 <월스트리트저널>의 이같은 독설은 게이츠 장관이 주도하는 '럼스펠드 탈색' 작업에 대한 네오콘들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대변한 것이다.

워싱턴의 정치분석가인 짐 로브는 11일 국제민간통신사인 <인터프레스서비스(IPS)>에 "페이스를 유임시키지 않기로 한 결정은 게이츠 장관이 미 국방부의 지도부를 교체하고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의 유산을 지워버리는 작업의 마지막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미 역사상 연임을 하지 못한 두 번째 합참의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물러나는 페이스 의장은 럼스펠드 전 장관의 이라크 정책을 집행한 장본인이었다. 페이스는 2001년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합참 차장에 발탁돼 아프간전쟁과 이라크전쟁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2005년 8월 합참의장으로 승진했다.

페이스를 '제거'하고 싶었던 게이츠 장관은 '상원의원들의 반대'를 명분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해군참모총장인 마이클 멀린을 차기 합참의장으로 추천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멀린 참모총장은 "럼스펠드의 국방부 운영 스타일, 특히 합참의 조언을 무시하는 태도에 화가 났었던" 현실주의자로 간주된다. 미 국방부 사정에 밝은 베테랑 분석가들 역시 멀린 총장은 이라크 내 미 육군의 증파를 우려하는 '프로 군인'으로 여기고 있다.

미 렉싱턴연구소의 군사 전문가인 로렌 톰슨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멀린은 미군을 십자군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군대로 바꾸려는 행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대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군사령관-백악관 국방보좌관-국방장관 정보보좌관-합참의장 연속 교체

합참의장 교체에 앞서 게이츠 장관이 추진했던 군부 물갈이 작업은 지난 2월 미 중부군 사령관에 윌리엄 팰런을 앉힌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라크 미군 증파안과 그에 따른 미 육군의 부담을 우려하고, 이란을 위협하기 위해 걸프해역에 해군을 증강하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차기 합참의장인 멀린 총장과 팰런 사령관의 시각이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게이츠에 의해 중용된 이들은 바그다드 '안정화'를 위해 미군 3만명을 더 보내자는 계획의 향배를 가를 핵심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향배'란 증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최근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소수 병력 장기 주둔' 계획은 이들 '현실주의자'들의 견해가 반영된 것으로도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군사 정책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더글러스 루트 중장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럼스펠드의 유산을 제거하기 위한 게이츠의 여러 조치 중 가장 결정적이었던 순간은 럼스펠드의 심복으로 국방장관 정보보좌관이었던 스티븐 캠본을 해임하고 과거 오랫동안 자신을 보좌해왔던 제임스 클래퍼 주니어 중장을 임명했을 때였다.

게이츠의 은밀한 물갈이 작전

미군 증파안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게이츠 장관 본인의 관점이기도 하다는 것이 짐 로브의 분석이다.

그가 국방장관이 되기 전 이라크 정책을 종합 점검하는 초당적 기구인 이라크연구그룹(ISG)에 속해 있었으며, ISG가 낸 보고서에 동의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ISG 보고서는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란과 외교적인 접촉을 가져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게이츠 장관은 또 이란 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저항세력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잇단 언론보도들을 대체로 부정해 왔다. 이같은 보도의 진원지는 딕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로 이들은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게이츠 장관의 '럼스펠드 탈색' 작업은 은밀하고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짐 로브는 "그가 국방장관을 맡은 7개월 남짓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을 보다 현실주의적인 방향으로 조정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던 것은 실은 마이클 헤이든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국무부 사람들은 그같은 방향전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게이츠 장관의 활동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 전환에 대해 민주당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군부와 가까우면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강력 반대했던 미 민주당의 한 핵심 의원은 <IPS>와의 인터뷰에서 "게이츠가 하는 게 다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중요한 방향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오콘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럼스펠드가 이라크 미군의 증파를 거부하고 있다며 '환멸'을 느꼈던 그들이 럼스펠드보다 더 현실적인 게이츠 장관에게 불만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체니 부통령실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있는 네오콘 잔류파들이 다시 힘을 내 대세를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오콘 잔류파들은 시아파인 이란 정부와 그들의 오랜 앙숙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협력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며 부시 대통령을 이란과의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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