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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와 네오콘, 부시의 '올바른 선택' 위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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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와 네오콘, 부시의 '올바른 선택' 위해 안간힘

'앙숙' 이란-탈레반이 협력하고 있다고?

딕 체니 부통령 등 미국의 강경 네오콘들(신보수주의자)이 최근 이란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인 탈레반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왜곡된 정보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레반과 이란이 실은 최대의 앙숙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뒤집는 이같은 여론몰이는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란을 공격하라는 결정을 내리게 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공작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간선거 이후 퇴조하고 있는 네오콘들이 이란과 탈레반이 힘을 합쳐 아프간 주둔 미군을 협공할 것이라는 과장된 주장을 가지고 여론을 호도하며 이란 공격의 명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익명 보도들

이란-탈레반 협력설은 주로 '익명의 고위 당국자'의 입을 통해 최근 언론에 유포됐다. 그들은 시아파 이란 정부가 탈레반을 적대시하던 정책을 뒤집어, 이라크와 아프간에 있는 미군을 공격하려는 알 카에다 등 수니파 무장조직에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지난달 22일 "이란과 알 카에다의 연계가 매우 불길하다"며 "이란이 그들을 지원해 여름철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익명으로 보도했다.

<CNN>은 같은 달 30일,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일, <ABC>는 6일 이란 정부가 아프간 주둔 미군, 영국군, 나토군을 공격하려는 탈레반을 지원하고 있다고 익명의 고위 당국자나 '아프간 주둔 연합군 고위 관리'의 말을 따 전했다.

<ABC>는 특히 탈레반에게 각종 무기를 제공하는 이란 출신 현행법을 나토군이 붙잡았다는 생생한 소식을 '나토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에서 제조된 무기가 아프간에 들어온 적이 있다는 분석가의 말만 전할 뿐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 딕 체니 미 부통령(왼쪽)과 조지 부시 대통령(오른쪽) ⓒ로이터=뉴시스

기본 팩트도 모르는 여론몰이

탈레반이 마약 재배 자금으로 이란에서 제조된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은 거래는 이란과 아프간이 맞닿아 있는 긴 국경에서 쉽게 이뤄지고 있고 국경을 장악한 탈레반들은 이를 통해 무기를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무기 밀매는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일 뿐 이란 정부가 직접 개입해 있지는 않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아프간 주재 파키스탄 대사였던 샤 모만드는 지난 4월 19일 파키스탄의 <GEO> 방송에 출연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란이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최대 적으로 오랫동안 규정해왔고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세력으로 보아 왔다는 사실은 이란 정부가 탈레반에게 무기를 공급한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의 보수적인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의 아프간 전문가인 세스 존스은 최근 아프간을 다녀온 결과 이란 정부가 아프간에 무기를 팔았을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매우 적은 수준"일 것이라며 이란은 탈레반이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민간통신사인 <인터프레스서비스(IP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체니와 네오콘들의 이같은 황당한 주장에 대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보다 못해 적극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 주 "이란 정부가 탈레반을 지원하는지, 탈레반 뒤에 있는지, 무기를 밀매하는지, 혹은 정확히 탈레반 뒤에 누가 있는지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아프간 주둔 나토군의 맥닐 사령관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탈레반의 무기 거래는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란에 의한 무기 공급이 공적인 기관에 의한 것이라는 건 결코 내 생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체니 세력의 왜곡된 정보 평가

그렇다면 체니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바로 부시 대통령이 이란 공격이라는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유명 언론인인 스티브 클레몬스는 지난 24일 <워싱턴노트>라는 뉴스 블로그에 부시 대통령의 이란 관련 '올바른 선택'을 위해 체니 부통령이 워싱턴의 우파 싱크탱크에 있는 이란 관련 정보를 모으라고 지시했고, 체니는 자신이 대통령의 선택을 강요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내에 잔존하고 있는 체니의 세력들은 이란과 탈레반의 접촉에 관한 최근의 정보를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는 게 <IPS>의 판단이다.

이란-탈레반 관련 정보 보고서를 접한 익명의 소식통은 <IPS>와의 인터뷰에서 그 보고서에는 이란 정보기관의 요원이 칸다하르에 있는 탈레반의 핵심 사령관과 접촉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지만 이란이 탈레반에 무기를 줄 의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만한 특별한 정보는 없었다고 전했다.

체니 일파들은 이란 정보요원과 탈레반 고위 관계자들의 만남 자체, 그리고 이란산 무기의 존재라는 두가지 정보를 억지로 짜맞춰 이란이 탈레반에 대한 오랜 정책을 바꿨다는 과대 해석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보의 과대 해석은 이라크 정부 관료가 알 카에다 관계자를 만난 것 자체를 두고 그들의 지위고하를 따지지도 않은 채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연계를 주장했던 2002년의 상황과 유사하다.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주장한 조지프 리버맨 미 상원의원의 말에 대해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란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고 하고 있다는 기존의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몰이의 주역이었던 체니 부통령이 건재하고 있고, 이처럼 활발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부시 대통령의 마음이 언제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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