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측의 박지원 비서실장이 11일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경험을 토대로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참모진, 언론정책, 선거중립 위반 논란 등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박 실장은 이날 저녁 연세대 행정대학원의 '대통령학' 과정에서 특강을 했다. 박 실장이 외부 강연에 나선 것은 2002년 2월 국민의 정부 마감과 함께 정치의 전면에서 퇴장한 지 4년여만의 일로 그 스스로도 '5년만의 외출'이라고 표현했다.
박 실장은 "대통령의 비서는 정치인이 아니고 비서일 뿐으로, 정치적 입은 없다"며 "도마뱀도 몸통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제 꼬리를 자르듯 설사 대통령의 결정이라 해도 임기 마지막까지 결과가 잘못되면 비서가 책임지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아니 지금 현재 비서실이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최고 권력기구라고 생각해 비서실의 불행을 가져온 적이 종종 있다"며 "대통령께 국민의 소리와 세상의 흐름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게 비서실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했다.
그는 또 "측근은 때로는 대통령의 입을 막고 차 앞에 드러누워 가시지 못하게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며 다른 수석, 장관이 말하지 못하는 내용을 가감없이 해야 하는 운명공동체"라면서 "나쁜 정책보다도 일관성 없는 정책이 더 나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 정서, 국정 운영에 대해 언론만큼 정확히 지적하는 기관도 없다"며 "국민의 정부 5년간 결코 언론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은 것도 아니고 언론의 가혹한 비판을 원망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고 넘어야 할 상황이었지, 무시하거나 회피할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경지를 넘어야 정치를 할 수 있고 국정을 이끌 수 있다"며 인천국제공항 개항 및 2002년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언론의 '뭇매'를 맞은 에피소드들도 소개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저녁 10시 이후가 대단히 중요한데 DJ는 관저에서 9시 뉴스를 시청하고 10시부터는 신문과 각종 보고서를 탐독했다"면서 "반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께서는 알려진 대로 특정인과 대화를 나눴고, 노 대통령은 인터넷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은 뒤 "언론의 비판을 두려워말라. 비판이 없으면 긴장도, 도전도 없다"고 충고했다.
그는 "청와대는 밤 10시부터는 절해의 고도처럼 적막강산으로 이 시간에 옳지 않은 사람을 만나 좋지 않은 보고를 받으면 난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충고하는 언론과 각종 보고서를 대하면 바른 국정이 가능할 텐데 인터넷에서 악플이라도 읽으면 스스로 화나는 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실장은 "지금 좌파 정권이라고 하지만 미국 민주당의 정강 정책은 참여정부 보다 훨씬 좌파"라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국정이 아무리 효과적으로 집행됐다 하더라도 국민에게 알리고 충고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 임기말은 대선의 해"라며 "저는 DJ의 명을 받아 정치적 중립 입장을 수차례 천명했으며 우리 스스로 '정치적 식물인간'을 자처하면서 '정치 뚝, 경제 올인'의 자세로 청와대 비서실의 대선 개입 문제를 차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대통령의 최대 덕목으로 '종합적 판단'을 꼽은 뒤 "레임덕은 4년 중임제 하면 없어질 것 같지만 어차피 있다"면서 '재벌은 형제가 원수이고 권력은 측근이 원수'라는 세간의 말을 소개하며 "레임덕은 측근으로부터 온다. 대통령이 확고한 리더십을 갖고 권한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국정 중심에 서야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난맥이 온다"고 훈수했다.
그는 "부자유스럽던 기간이 길어서인지 (특강이) 설레는 것만은 분명하다. 노무현 정권 4년 반이 박지원 징역 4년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면ㆍ복권을 위한 법적 요건이 갖춰져 있고 대북송금 특검으로 함께 재판 받은 분들이 이미 사면복권됐는 데 저만 복권이 안돼 납득하기 어렵고 언젠가는 밝혀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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