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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억 중국인들이 주식투자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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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억 중국인들이 주식투자에 푹...

증시 거래액 6개월만에 10배 증가...괜찮을까?

"가난을 거부하는 자 일어나라. 우리의 월급과 저축으로 (약세장에 맞서) 새로운 만리장성을 세우자. 돈이 온다. 돈이 온다."
  
  중국의 주식광풍이 예사롭지 않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정부의 '버블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9일 사상 최초로 4000 고지를 넘어섰다. 중국인들은 "예속을 거부하는 자 일어나라.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일제 침략자들에 맞서) 새로운 만리장성을 세우자. 전진하라. 전진하라"라는 중국 국가(의용군행진곡)를 바꿔 부르며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대학생, 주부, 택시기사 심지어 스님마저 증권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그렇게 해서 지난 4월 30일 현재 상하이와 선전의 양대 증시에 계좌를 만든 투자자는 9395만 명을 넘어섰고, 이달 중 1억 명 돌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인 14명 중 1명꼴로 증권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13억 인구의 80%가 농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성인들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말~90년대 초 한국의 증권열풍이 중국대륙으로 건너간 듯하다.
  
  대학 4학년생 80%가 증권투자
  
  광저우의 한 공무원은 홍콩에 본부를 둔 인터넷매체 <아시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무실 사람들 90%가 주식거래를 하고 있다며 "점심시간에는 모두가 주식 얘기만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한 택시기사는 본업인 택시운전을 부업으로 제쳐두고 증권투자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과 교대로 객장에서 '살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시황 정보를 교환한다.
  
  베테랑 투자자이자 선전대학의 교수인 마춘후이는 최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 1학년 학생의 10%, 4학년의 경우 80%가 주식 거래를 하고 있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다른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공무원들과 국영기업 직원들 대다수는 회사에 출근해서 맨 처음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컴퓨터를 켜고 시황을 체크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증권 투자 열풍 속에 중국의 증시는 거래총액 면에서 세계 2위 자리를 굳혔다. 시가총액에서는 여전히 미국, 일본, 영국의 증시보다 떨어지지만 거래량만큼은 뒤지지 않는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 4000 고지를 넘어선 9일 중국 증시의 하루 총 거래액은 490억 달러로 일본을 비롯해 다른 아시아 국가 증시의 거래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이는 일본의 269억 달러의 두 배에 가까웠고, 호주, 홍콩,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베트남 등 아시아의 나머지 증시 거래액을 다 합한 165억 달러의 3배에 이른 수치다.
  
  분석가들은 중국 증시의 거래액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도 많아진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증가 속도다. 지난 3월 30일 중국 증시의 하루 거래 총액은 164억 달러였다. 6개월 전에는 불과 50억 달러였다. 다시 말해 한달여만에 3배, 6개월만에 10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경고 '고장난 레코드'
  
  중국인들은 거품을 우려하는 정부의 경고를 귓등으로 듣고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 6일 중국 증시의 과열을 우려한다며 정부가 가격 조정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저우 행장의 이같은 발언은 <인민일보> 등 3대 관영 신문사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지난 1주간 100만 개의 증권 계좌를 더 만드는 것으로 반응했다.
  
  중국 증시 전문가인 프레이저 하위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저우 행장이) 증시에 영향을 주는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1996년 12월 <인민일보>가 1면에 '증권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라는 사설을 게재하고 과도한 증권 '투기'를 경고했을 때와 대비된다. 당시 투자자들은 관영 언론의 이같은 움직임을 보고 정부가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감했고, 주가지수는 당일 9.91%가 하락했었다.
  
  물론 지난 1월 청 쓰웨이 국가인민의회 부의장이 증시과열을 경고하자 중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4일간 11% 하락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중국인들은 정부의 그같은 위협을 양치기 소년의 외침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유동성은 풍부, 투자처는 빈약
  
  증시 활황을 이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2% 정도에 불과한 은행 이율이다. 중국인들은 물가상승률이 3% 이상인 상황에서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금을 인출해 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그룹의 분석가 아이작 멩은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서 돈을 빼내 증시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증시에서의 수급 불균형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레이저 하위도 "저우 행장이 증시에 정말로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면 은행 이자율을 두 배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도 있다. 경제 개발 초기 단계의 국가들이 대부분 그랬듯 중국에는 달리 투자할 대상이 없다. 채권도 없고, 개인들은 해외 투자도 할 수 없다. 부동산 투자는 유동성을 보장하지 못해 인기가 별로 없다.
  
  외환보유고의 증가, 연간 5000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수지 흑자, 해외로부터 온 직접투자, 그리고 핫머니 성격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또 위안화 절상추세가 지속되는 한 유동성이 증시로 공급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제한적이지만 환차익을 노린 자금들이 시가총액이 큰 주식에 몰리면서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끊이지 않는 버블 경고
  
  중국에서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도 무색하다. 중국의 투자자들은 홍콩이나 런던, 뉴욕과는 다른 중국 증시만의 특징이 있어 거품이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아시아타임스>는 전했다. 단기적인 조정은 있겠지만 상승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하지만 증시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의 시아빙 주임은 7일 국영 CCTV에 출연해 "증시 버블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시아타임스>도 "언젠가는 중국 증시에도 '가치법칙'이 적용될 것이라는 점 만큼은 분명하다"며 "중국적 특징이 있건 없건 그 법칙은 유효하다. 중국의 증시분석가들은 올 하반기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이고 지표는 3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중국의 증시 거품이 하루아침에 꺼질 경우 세계 증시와 경제 전반에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월 27일 중국 증시의 '검은 화요일'이 아시아, 유럽, 미국,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국가들로 급속히 퍼져나가며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 '검은 수요일'을 연출했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중국 증시의 기호지세(騎虎之勢)가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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