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학교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화가 나 "총으로 쏠 수도 있다"고 언급한 한인 고등학생인 이 모군이 정학 조치를 받아 파장이 일고 있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이 군은 지난 1일 재학중인 메릴랜드주 소재 한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너처럼 말이 없던 조승희가 큰 사고를 쳤다"면서 "너도 말이 없는 것을 보니까 위험하다"는 놀림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군은 "내 미래가 좋지 않으면 총을 쏠 수도 있다"고 언급했고, 친구들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교사에게 신고, 경찰에 인도됐다는 것이다.
이 군은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모친 랜서 쿠완 씨와 함께 경찰의 인도로 인근 병원으로 가 소변과 혈액 검사, 정신과 진단을 받고서야 귀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완 씨는 현재 해거스타운 소재 일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학교 측은 2일 이 군 부모에게 "아이를 등교시키지 말라"는 통보를 했던 것으로 관계자는 전했다.
쿠완 씨는 "7일 열린 워싱턴 카운티 교육위로부터 '아들이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 와야 학교에 복귀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워싱턴과 버지니아주 한인 사회에서는 "조승희 사건의 후폭풍이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윤모 씨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절대 총기와 관련된 얘기를 하지 말고, 장난감 총도 학교에 가져가선 안된다고 신신 당부하고 있다"면서 "조승희 사건 이후 한인 학생들과 부모들 모두가 숨 죽여 지내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태면 주미 대사관 총영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 한인회 측과 진상파악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인들은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이 한국과는 무관한 미국 사회의 병폐로 이해하고 있는데 우리가 자꾸 이 문제를 언급하거나 이슈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일도 가급적 조용히 대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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