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52)가 6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선거기간 내내 그가 공언했던 '프랑스의 변화와 개혁'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임 자크 시라크 대통령(75)에 비해 23살이나 젊은 첫 '전후세대' 대통령인 사르코지는 국내 정치와 외교에 있어 새로운 세대의 감각에 따른 정치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가 펼쳐갈 새로운 정책들은 그의 당선에 대한 미국의 기대 섞인 반응과 프랑스 내 정치적 소수자들의 우려에서 드러나듯 '미국과의 공조 강화, 신자유주의적 개혁 지속'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 대외관계 : '프랑스 여권을 가진 네오콘'
사르코지의 당선이 공식 확인되기도 전에 조시 부시 미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전하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을 시켜 축하 성명을 발표하게 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 미국은 사르코지의 당선에 커다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미국은 그의 당선으로 2차대전 이후 줄곧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 온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사르코지가 이라크 전쟁에서 나타난 양국의 극심한 의견차를 좁히고 중동정책, 유럽연합(EU) 확장 정책 등에 다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백악관 관리들은 수개월 전부터 사르코지의 당선을 고대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9.11 테러 5주년 기념식을 위해 미국을 찾은 사르코지 당시 내무장관을 백악관으로 직접 초대해 환대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미국은 프랑스의 사르코지, 독일의 앙엘라 메르켈 총리, 영국의 후임 총리를 한데 묶는 '우정의 축'을 만들어 미국의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연합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 집권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나 보수당의 데이빗 캐머룬 당수 등 누가 차기 총리가 되든지 이라크전을 지지했던 토니 블레어 현 총리의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르코지가 미국과 가까워지는 정책을 펴더라도 이라크전과 터키의 EU 가입에 반대했던 기존의 일부 정책은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르코지에 패배한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사르코지가 작년 9월 부시와의 만남에서 '시라크는 이라크전을 반대했지만 나는 그런 시라크의 정책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공격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사르코지는 "이라크전 반대는 변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 못 박으며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또 사르코지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견해를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밝혔으며, 미국이 찬성하고 있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도 반대한다.
하지만 사르코지의 반대파들은 그에 대해 '미국인 사르코지' 나아가 '프랑스 여권을 가진 네오콘(미국의 신보수주의자)'라는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 프랑소와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라크 정책 등 많은 외교 문제에서 시라크 대통령의 정책을 많이 따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시라크와 사르코지는 세대가 다르고 따라서 감각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국내정치 : 전형적인 대처리즘의 신봉자
사르코지가 펼칠 '내치'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주제는 주 35시간 노동제, 이민자 정책,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 등의 변화 여부다.
사르코지는 선거운동 기간 중 한 TV토론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일컫는 대처리즘의 신봉자답게 이렇게 말했었다.
"프랑스가 처한 도덕적 위기에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노동의 위기다. 나는 노동자들이 존경받기를 원한다. 나는 프랑스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해외로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나는 사회복지가 지속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모든 사람의 능력이 똑같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나는 능력을 믿고, 노력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사회적 계층의 이동성을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성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시라크 대통령 시절 프랑스의 경제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고, 실업률은 9%에 달했으며, 청년 실업은 더더욱 극심해 24세 이하의 경제활동인구 중 25%가 실업자였다.
이에 사르코지는 주 35시간 노동제가 시라크의 악명높은 유산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이를 손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프랑스에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에 무게를 뒀다. 나아가 공무원 수를 감축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등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약속했다.
이민자 정책에 있어 사르코지는 이민자 수용과 불법 체류자에 대한 처벌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그는 내무장관 시절이던 2005년 파리 외곽 이민자 소요 당시 한 이민자 여성에 대해 인간쓰레기(scum) 혹은 깡패(racaille)라고 불러 소요 사태에 기름을 부은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나 이슬람권에서 온 이민자들은 사르코지의 당선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고 프랑스 사회의 통합에 적잖은 불안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 '분열 이미지'의 사르코지, 프랑스 국민통합 이룰까
사회당 지지자들은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될 경우 프랑스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사르코지는 공격적이기만 할 뿐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우파 지지자들은 사르코지만이 프랑스의 경제와 사회가 안고 있는 '프랑스병'을 고칠 적임자라고 주장해왔다. 크리스티앙 라가르드 프랑스 무역장관은 "사르코지는 진정한 열정이 있다"며 "그 열정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냉혹하다고 말하지만 프랑스를 위해 더 나은 해법을 찾아내는 데에 열정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선거 캠프에서 사무장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사르코지와 22년을 함께 한 프랑크 타피로의 평가는 냉정하다. 그는 "프랑스 사람들은 사르코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중도는 없다"며 사르코지의 단호한 정치행태가 가진 양면성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사르코지가 약속한 개혁에 대해 노조 등 반대파들의 반발이 거셀 것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프랑스의 정치분석가인 제라드 그룬버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0년 전 그랬듯이 미디어 세대들에게 친숙한 정치인"이라면서 "그는 프랑스인들에게 행동과 변화의 화신으로 자리매김했고 동시에 국민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그같은 이미지를 좋아하지만 그가 변화시키는 미래가 자신들을 불안케 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변화를 원치 않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고 평했다.
<BBC>는 "사르코지는 분열된 프랑스의 국민들을 하나로 단결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르코지 자체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이미지로 남아 있어 그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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