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비판적인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가 2~3일 한미 FTA 협상과 관련 '농어업 부문 협상결과 실태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지난 27일부터 농해수위 자료실에 비치된 한미 FTA 협정문을 열람하는 등 청문회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나 정부의 견제에 진행이 순조롭지 않다. 특히 정부는 양허안, 유보안 등이 빠진 극히 제한적인 내용만을 담은 협정문을 자료실에 비치해놨다.
"협정문 일반 공개도 이렇게 할 건가"
현재 비치된 자료는 정부가 3급 비밀문서 분류를 해둔 총 8페이지 가량의 농업분과, 위생검역(SPS)분과 협정문(영문 및 한글 가번역본)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만든 농림부 내부회의 문건 일부, 농림부가 미국 광우병 등급 판정에 대해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제출한 의견서 등이 비치돼 있다.
그러나 관세양허안, 서비스 유보안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TRQ(의무수입물량) 할당량도 공개되지 않아 정부가 사실상 핵심 쟁점은 거의 모두 숨겨뒀다는 지적이 많다. 또 몇몇 항목의 경우 '타 분과 협정문에 가서 찾아보라'는 표시만 해두고 내용을 표기하지 않아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협정문을 열람한 강기갑 의원 측은 "설혹 5월 20일 정부가 협정문을 번역까지 해서 공개한다고 해도 이번 경우처럼 부속서한이나 양해각서 등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핵심쟁점은 모두 숨어 있는 셈"이라며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태도를 비판했다.
다만 오는 2~3일 청문회에서는 의원들의 질의 형식으로 협정문의 일정 부분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3급 비밀 취급을 받지는 않았으나 정부가 비공개 조치를 취했던 '미국 광우병 등급 판정에 대해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제출한 의견서'에 대해서도 상당한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협정문 민간전문가 열람 '성공'
정부가 의원 1인과 보좌관 1인에 한해 열람을 허용하고 있는 내용도 마찰을 빚었다. 농해수위는 지난 23일 의원 1인, 보좌관 1인, 민간전문가 1인이 협정문을 열람하기로 의결하고 총 4명의 전문가를 위촉했다.
농해수위가 위촉한 전문가는 윤석원 중앙대 교수(한나라당 몫),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열린우리당 몫), 이해영 한신대 교수(통합신당추진모임 몫),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민주노동당 및 비교섭단체 몫) 등이다.
이들 가운데 박상표 국장은 국회 사무처로부터 비밀취급인가증도 발급받아 30일 협정문을 열람했다. 이 과정에서 농림부 관계자가 '상부의 지시로 민간전문가는 협상문을 볼 수 없다'며 막아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국장을 대동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여기는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라며 "의원이 전문가를 대동해 협정문을 검증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업무 방해 아니냐"며 호통을 쳤고 농림부 관계자가 결국 물러섰다.
강기갑 의원 측은 "박상표 국장이 협정문을 열람하기 전에 이미 한덕수 국무총리와 강기갑 의원이 통화를 했다"며 "한 총리는 민간전문가의 열람에 반대하는 입장이나 사실상 정부가 국회의원의 활동을 막을 정당한 근거가 없어 이날 열람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농해수위가 정부의 민간전문가 협정문 비공개 지침에 맞서 열람을 강행한 과정은 앞으로 청문회를 예정하고 있는 문화관광위나 보건복지위, 산업자원위의 협정문 열람과 관련해 일정한 연쇄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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