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총격사건의 범인인 조승희 씨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총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총기 판매와 관련된 미 연방과 버지니아주의 규정이 따로 놀았고 신원 확인 시스템도 허술했기 때문이라고 <AP> 통신이 19일 분석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 여론의 복잡한 구도와 규제 반대 단체들의 정치적 로비 등 근본적인 원인 외에도 혼란한 법체계가 이번 참사를 불러온 현실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조승희 씨는 2005년 말 판사로부터 정신질환을 치료하라는 통원치료 명령을 받았다. 폴 배넛 특임판사는 그해 12월 조 씨가 타인에게 즉각적인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신에게 즉각적인 위험을 가할 수 있는 상태'라는 판정과 함께 통원치료를 명령했다.
미 연방 규정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에서 조 씨의 총기 구입은 당연히 금지됐어야 했다. 연방 규정은 '법원으로부터 정신적 결함을 판정받은 자'에게 총기류 판매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특히 '개인이 뚜렷한 정상 이하의 지적능력,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신 및 타인에게 위험을 가할 수 있다는 법원 또는 당국의 결정'이라는 문구를 강조하고 있다.
'누가 통보해야 하나'도 불명확
그러나 2월과 3월 권총을 구입한 조 씨는 미 연방과 버지니아주 규정에 따라 2차례 모두 신원 확인을 거쳤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합법 절차'에 따라 총을 살 수 있었다.
버지니아주 경찰은 총기구매 금지대상자에 관련 정보를 연방정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거기에 조 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죄를 선고받았던 전과자나 군대 내의 범죄로 불명예 제대한 자 등에 대해서만 총기 판매를 금지한다는 버지니아의 총기 관련법에 따른 것이다.
더군다나 배넛 판사가 조승희에게 입원이 아닌 통원치료를 명령했기 때문에 '괴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주 경찰은 주법에 따라 총기판매는 합법적이며 다만 법원이 조승희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을 경우에 한해서만 금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법은 별도로 하더라도, 연방 규정에 따라 조승희의 정신상태를 연방 당국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줘야 했지만 누가 그 통보를 했어야 하는지 불분명했던 것도 문제였다. 신원 확인에 관련된 법적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002년 총기구입시 신원확인 시스템의 보완을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던 캐롤린 맥카시 하원의원(민주. 뉴욕)의 대변인인 조지 버크는 "미국 범죄경력 체크 시스템이 접근할 수 없는 범죄자와 정신건강기록이 수백만 건에 달한다"면서 "주정부와 지방정부에 자료 제출을 위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정신건강개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리처드 보니 버지니아대 교수는 "이에 관련 법률이 상당히 혼란스럽다"면서 "연방법과 주법 간 상관관계가 혼란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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