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카리브 해 인근에 해군을 배치해 놓고, 만약 미국이 당장 핵 개발 프로그램을 종결하고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는다면 미국 내 핵 시설을 포함한 광범위한 구역을 공격하겠다고 실제적으로 위협하고 나온다면….
또 이란이 미국 정부를 전복한 뒤 사악한 전제군주를 세우고 러시아의 미국 침공을 지원한다면…, 그리고 그 결과 수백만 명이 죽는다면….
그래도 미국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할 수 있는가."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석좌교수는 지난 5일 미국의 진보성향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기고한 '이란 효과(the Iran Effect)'라는 글에서 미국인들이 이란의 핵개발을 비난하기 전에 위와 같은 자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듭된 제재 결의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는 데에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으로부터 끊임없이 위협 받아 온 이란의 자기방어 본능이 숨어 있다는 설명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1953년 이란 팔레비왕을 복권시키기 위한 친위 쿠데타에 개입해 석유 국유화를 밀어붙였던 민족주의자 모하마드 모사데크 총리를 몰아내는 작업을 도왔고, 1980년에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이란 침공을 지원해 인구 비율로 따지자면 미국인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이란인 수십 만 명이 희생당한 전쟁에 일조했다.
"이란이 멕시코를 침공해도 미국은 방관할 수 있겠느냐"는 촘스키 교수의 질문은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추동하고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촘스키 교수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자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지 않는 것이 정신 나간 짓"이라고 촌평한 이스라엘 전쟁사 전문가 마틴 반 크레벨트의 촌평을 들어 이란에 대한 미국인의 이해를 구했다.
촘스키 교수는 페르시아 만에 미 해군의 항공모함 2척이 배치돼 있는 현 상황은 매우 위태로운 것으로 진단했다.
"설사 백악관 패거리들이 전쟁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페르시아 만 인근에 해군을 배치해 두거나 이란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거나 이란 내에서 테러 활동을 벌이거나 하는 등의 도발이 모두 우발적인 전쟁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촘스키 교수는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은 "대중들의 손에 있다"고 주장했다.
"1968년 대규모 반전운동이 베트남 증파를 막았던 것처럼 대중들이 정치·군사 리더십 경악할 만큼 조직적인 반대에 나서는 것이 백악관의 전쟁 도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대중 여론이 정책을 만드는 민주주의의 기본 체계가 작동한다면 여론의 해법이 미국의 중동 정책을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의 발로였다.
촘스키 교수는 "미국인의 75%가 이란을 무력 위협하는 것보다는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대중의 의견대로 정책을 이끌어간다면 이란과 미국 간의 갈등을 푸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촘스키 교수는 양국이 관계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NPT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이란의 평화적인 핵활동을 허용하고 이란은 핵프로그램을 무기 개발로까지 진전시키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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