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군위안부 강제동원의 증거는 없다"고 말하며 고노담화도 수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온 아베 총리가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 여론으로부터도 강한 비난을 받자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미일 정상회담 의식한 미국내 여론정지작업
아베 총리와 부시 대통령 간의 전화 통화 사실을 보도한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는 자신의 '진의'가 언론에 정확하게 보도되지 않아 직접 전화로 설명하고 싶다며 회담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통화 내용과 관련해 "나는 일본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연민을 표했다"며 "나는 또 그들이 그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이란 1993년 일본 정부가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 명의로 군 위안부의 존재를 공식 확인하고 사죄한 '고노담화'를 말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관련, 아베 총리의 솔직함을 평가했으며 오늘날의 일본은 2차 대전 당시와는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와 다른 입장을 부시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나선 데에는 오는 26,27일 예정된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 고조되고 있는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들도 아베 총리가 자신의 위안부 문제 입장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이 높아지는 것을 의식해 고노담화 계승 입장을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부 수뇌부들이 외국 방문을 앞두고 갈등이 있었던 이슈와 관련한 입장을 조정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외교적 기술'이다. 같은 날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마무리 했지만 한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당초 예정됐던 보고서는 발간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도 오는 10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한을 앞둔 여론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아베 총리의 이날 해명은 미 의회가 나서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촉구하는 '위안부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자세를 낮춰 의회의 추진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란 설명도 가능하다.
'강제성' 언급 피하고 피해에 대한 사과만
가뜩이나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 관료들의 발언은 주변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가 빈번한데다가 이 같은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되는 만큼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노담화 계승 입장을 확인하긴 했지만 "강제동원은 없었다"던 이전 발언에 대한 똑부러진 설명이 없었던 것도 눈여겨 봐 둬야할 지점이다.
'위안소의 설치는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며 모집은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행했지만 감언, 강압에 의한 사례가 많았다'는 확인이 고노담화의 주요 골자였다.
이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이번 해명과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강제성 여부를 재조사하도록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했던 아베 총리의 이전 발언은 완전히 상반되는 만큼 이 부분에 관한 명확한 언급 없이는 아베 총리의 진의를 확인키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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