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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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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73>

새로운 유럽의 탄생

유럽연합이 탄생 50주년을 맞이했다. 이제 굳건히 자리를 잡았으니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먼 대륙의 그저 그런 일인가 싶겠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나면 사뭇 다를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 채택된 베를린 선언문은 "유럽통합은 피로 얼룩진 갈등의 역사에서 우리들이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실로 그러하다. 유럽은 지난 몇 세기 동안 너무나도 많이 싸웠고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지나치게 괴롭혔다. 그런 그들이 이제 교훈을 얻었다고 하니 어찌 축하할 일이 아니겠는가.

기념행사가 있었던 지난 3월 25일은 공교롭게도 무오(戊午)일이었다.

참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여긴다.

무오(戊午)라는 코드는 새로운 유럽을 향한 출발과 관련되고 무자(戊子)는 그 움직임의 마무리 내지는 정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관련되는 것인지 알아보자.

오래 전 1618년이었다. 해는 무오(戊午)로서 유럽은 미증유의 전쟁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 전쟁은 무려 30년간이나 이어졌다. 전쟁의 기간이 길다는 것은 그 밑에 놓인 갈등의 뿌리가 엄청나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쟁은 1618년에 시작해서 1648년에 끝이 났다. 그것은 무오(戊午)년에 시작해서 무자(戊子)년에 마무리된 것이다. 여기서 이 두 가지 코드를 만나게 된다.

나라와 나라 사이, 왕실과 왕실 사이, 왕실과 귀족 사이, 상류층과 하층민 사이, 상인과 농민 사이, 신성(神聖)과 세속(世俗)의 사이, 가톨릭과 개신교, 개신교 간의 다양한 믿음의 차이, 새롭게 대두하는 세력과 기존의 세력 사이.

이 모든 것들이 전쟁을 기화로 쏟아져 나왔기에 끊임없이 연소되고 다시 발화(發火)되면서 무려 30년이라는 대전란의 시대가 이어졌다.

이윽고 전쟁이 끝나자 유럽은 전혀 다른 곳이 되었다. 새롭게 세력 판도가 정해졌으며 유럽을 지배하던 생각과 사상도 변해있었다. 30년 전쟁을 기점으로 유럽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국가간의 헤게모니 쟁탈과 부국강병책, 신분간의 연이은 갈등과 반항 그리고 억압, 여기에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유럽의 넘쳐나는 힘은 한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엄청난 분열과 이산(離散)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로부터 60년마다 무오(戊午)라는 해만 맞이하면 유럽은 새로운 변화를 시작했고 무자(戊子)라는 해만 맞이하면 나름의 정리와 종합이 있었다.

보기로 하자.

1618년에서 120년이 지난 무오(戊午)년에는 계몽사상(啓蒙思想)이 대두되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성 또는 그렇게 여겨지는 것에 반하는 모든 제도와 형식은 엉터리이므로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로서 유럽은 다시 대폭적인 갈등과 분열의 흐름을 증폭시켰다. 이는 상극(相剋)을 통한 발전이었다.

그 결과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을 낳았다.

하느님이 설계하신 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치를 인간의 이성으로 연구하여 밝히고 나아가서 그 속에 깃든 힘을 이용하자는 발상의 연장선상에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또 신분이나 계급 질서는 전지전능한 존재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기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타파해도 된다는 생각은 프랑스 혁명을 만들었다.

일파(一波)는 만파(萬波)를 부르는 법.

계급은 붕괴되기 시작했지만 산업화로 인해 여전히 빈부 차이가 존재할 뿐 아니라 더 확대되자 다시 어떤 일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1738년에서 120년이 지나 1858년 무오(戊午)년에 칼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발표한다.

계몽사상이 준 부정(否定)의 정신을 계급투쟁(階級鬪爭)이론으로, 산업화를 통해 생겨난 공인과 장인들이 느끼는 불만을 소외(疏外)라는 이론으로, 절대 강자로 등장한 돈의 논리를 자본주의 이론으로 다듬어내자 산업화 과정에서 더 어려워진 사람들에게 강력한 사상적 무기가 주어졌다.

유럽은 또 다시 투쟁과 혁명, 난리와 혼란으로 야단법석이 된다. 동시에 새로운 산업기술로 무장한 유럽은 그 힘을 다른 세계로도 마구 분출시킨다.

그 엄청난 힘 앞에서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의 다른 세계는 정복과 계몽, 통치와 수탈의 대상일 뿐이었다. 간단히 말해 만만하고 녹록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제 시야에 가까워졌으니 좀 자세히 살펴보자.

1858년에서 60 년이 지난 1918년 무오(戊午)년에는 러시아에서 공산혁명으로 소련이 등장하고, 유럽은 제 1차 대전과 제 2차 대전이라는 두 번의 전쟁으로 너무나도 많이 죽고 다치게 된다. 그 결과 유럽은 기진맥진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미국과 소련에게 헤게모니를 내어준다.

다시 60년 뒤로 가보자. 1978년 무오(戊午)년이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들어가면서 공산 독재라는 이념적 실험이 파탄에 이른다. 사실상 소련은 이 해로서 명운이 다했다. 또 유럽은 단일통화를 채택한다는 합의를 보았다. 지금의 유로화가 그로써 출발했다.

필자는 이것을 통합유럽의 진정한 출발점으로 본다.

그 이유는 첫째, 통화를 하나로 한다는 것은 단일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시장을 통해 유럽을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1978년은 30년 전쟁이 시작된 1618년으로부터 360 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오랜 연구 결과 세상은 60 갑자가 여섯 번, 180년 삼원(三元)갑자가 음과 양으로 구르고 나면 세상은 또 다른 경지로 나아간다는 것을 발견한 까닭이다.

정리하면 유럽은 1618년부터 분열과 이산을 거듭한 끝에 360년이 지나자 새로운 통합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 할 수 있겠다.

1978년에 시작된 유럽통화시스템(EMS)은 이제 유로화로서 명실 공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내년이 2008년 무자(戊子)의 해이다. 그 역시 1648년 30년 전쟁을 종결지은 베스트팔렌 조약으로부터 360년이 흐른 해이다.

훗날 역사가들은 2008년의 시점을 유럽 통합이 사실상 완성된 해로 여기게 될 것이다.

이번 베를린 선언은 "지난 수세기 동안 유럽은 평화와 이해에 대한 희망을 이념으로 간직해왔다. 이제 그 희망이 실현됐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런 유럽모델은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하는 것이다."라 밝힘으로써 통합 시장을 통해 함께 잘 사는 미래를 열어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결국 유럽은 고대 로마에 의한 보편질서와 평화를 비잔틴 제국과 신성로마제국으로 계승했다가 신권(神權)이 부정되자 치열하게 분열했고, 오늘에 와서 시장을 통해 새롭게 정의된 '보편국가'를 열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50년 유럽 통합을 위한 걸음이 로마에서 시작되고 이제 베를린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이는 고대 로마 세계의 법통을 독일이 이어받았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유럽의 시작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실은 그 유럽이 어디로 갈지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 필자는 전혀 알지 못한다.

보편국가의 이상이 유럽이라는 개념적 지리적 테두리 안에 머물 것인가?

또 그 유럽이 다른 세계에게는 배타적으로 작용할 것인가, 아니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같은 다른 세계 역시 지역적으로 하나로 향하는 계기를 촉발한 것인가?

궁극적으로 전 인류가 보편세계로 가는 좋은 시발점이 되어줄 것인가?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그저 분명한 것은 통합유럽은 이제 360년에 걸친 분열과 이산의 흐름이 마무리되고 또 다시 통합이라는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유럽은 언론들이 내놓는 이런저런 전망보다 훨씬 강하고 질긴 생명력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360년간의 방황이 어디 장난이겠는가.

그러고 보니 어느새 목련이 벙글고 개나리와 벚꽃도 꽃망울을 터뜨리니 봄이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다. 가면 갈수록 춘삼월(春三月)의 맛이 한결 더하니 양기(陽氣)가 아무래도 딸리는 모양이다. 어린 봄을 즐기니 이야말로 원조교제가 아니겠는가.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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