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서 동결 해제된 자금 2500만 달러를 되찾는 과정을 통해 정상적인 국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다시 만들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의 반환만이 아니라 국제 금융제재의 사실상 해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6자회담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는 23일 "북한은 현금 보따리를 가져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해외에서 자신들의 계좌를 갖고 있어야 자금 송금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송금 거래가 가능한 형태로 받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돈을 현금으로 찾겠다는 것보다는 바로 그것이다"고 거듭 말하고 "미국의 적대정책을 집중적으로 표현한 것이 BDA니까 정책이 바뀌는 것으로써 이것(자금송금)을 보여 달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돈 받아줄 제3국 은행 물색중
북한 내 은행 계좌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대해서도 그는 "해외계좌로 가져가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뿐더러 외국은행에 넣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북한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어떤 은행이든 북한돈이 스쳐가는 것까지도 다 겁을 먹고 있어서 송금 받을 은행을 찾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중국은행에 보낸 뒤 제3국 은행으로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도 "(제3국에) 지정한 은행은 있을 텐데 그 은행이 받아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귀국한 뒤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중국은행을 경유해서 제3국 은행으로 송금하는 방향으로 해법이 모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베트남, 몽골, 러시아 등 제3국의 북한계좌로 송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천 본부장은 "중국은행은 중국 정부가 아무리 협조를 요청해도 자기 은행 내 북한 구좌에 돈을 두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미국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고 중국은행이 갖고 있는 우려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방도들이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특히 "BDA 문제에 있어 미국 정부가 나서면 쉽게 해결되려니 하고 (북한이)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국제금융의 세계는 또 다른 냉혹한 면이 있구나 하는 것을 북한이 알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13합의 이행에 대해서는 북한 스스로 전전긍긍
한편 북한은 BDA 송금문제로 6자회담이 난항을 겪게 되자 북핵 2.13합의가 깨질까 우려하며 관련국들에 먼저 자국의 합의 이행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BDA 송금문제가 실무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핵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요원 파견 등 2.13합의 이행을 위한 조치를 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국들은 특히 '60일 이내 이행조치'에 포함되는 '핵시설 신고목록 협의'의 경우 60일 시한인 내달 14일까지 비핵화 실무그룹회을 통해 협의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