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향해 "단일화 얘기만 하면 '압박'이라고 하니 논의 자체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어느 시기부터 어떤 방안을 다뤄야 할지 이제는 좀 터놓고 얘기할 때 되지 않았느냐"고 푸념 섞인 물음을 던졌다.
문 후보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 '새 정치 대담'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함께해 정치개혁 방안, 후보 단일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 후보는 "십 년, 이십 년 이렇게 민주개혁 정부가 계속해서 들어서야 우리 사회의 정치지형이 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렇게 중요한 단일화라면, 이제 단일화 논의 좀 열어주십시오"라며 하루 속히 단일화 논의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단일화 방법과 관련 "대통령 후보를 뽑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여론조사 하나로 끝내는 것이 옳은가"라며 "모든 문제에 있어 공개토론을 해봄이 어떤가. 생방송으로, 계급장 떼고 (토론)해볼 생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TV토론 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토론이라도 국민들께 판단할 자료를 제공해드리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며 수용할 뜻을 밝혔다. 그는 "일대 일 토론 얼마든지 용의 있고, 두 사람만의 토론이 어렵다면 세 후보 간 토론도 좋고 환영한다"라고 말하며 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국 "밖에서 보니 좀 갑갑해"
이번 대담은 새 정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문 후보와 두 교수는 현 정치권의 문제와 대안을 논했다.
조 교수는 우리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로 대표성이 취약한 선거구조의 문제를 들었다. 그는 "1인 1표제가 민주주의 실현의 근간인데, 나의 표가 (현실정치에) 정확히 반영되는지를 따지면, 지역주의나 소선거구제 때문에 안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허무주의, 정치 기득권에 대한 분노를 해결하는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교수는 안 후보의 공약도 비교 평가했다. 그는 안 후보가 지난주 제시한 '의원 수 축소' 방안에 대해 "핵심은 의원 수 축소가 아닌 특권 축소"라고 짚었다. 그는 "의원 수를 줄이는 걸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100명을 줄이면 광주(의석 수)는 반쯤 줄어든다. 그다음이 전북, 그다음이 강원도 그 다음 전남이다. 이들 지역을 어떻게 대표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문 후보에게는 "지나치게 실현 가능한 말만 한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나눈 것에 대해 "진짜 실현가능한 말만 하신다. 밖에서 보니 좀 갑갑한 게 있다"고 하자 문 후보는 "안 후보는 바깥에 있어 자유롭지만 저는 공약을 하면 꼭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져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 대통령의 제왕적 정치 타파를 주장했다. "한국정치의 성공 이면에는 대통령과 행정부 권력이 삼권분립원칙에서 이탈돼있다(는 점이 있다). 굉장히 제왕적이고, 의회가 견제할 손과 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해결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에서는 이미 총리에게도 권한 보장하게끔 돼있다. 이것을 대통령이 안 지키는 것 뿐"이라며 "(집권을 하게 되면) 야당 분들도 만나고 그런 문화를 만들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후보는 "미국 드라마에서도 그렇게 하는데, 실제 정치문화에서는 야당의원들과 접촉하면 정치 공략이 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미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만들겠다는 약속 했고, 안되더라도 안보, 외교에 관한 정보는 야당에 늘 제공하면서 파트너로 함께 국정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