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제6차 6자회담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의 입금을 확인해야만 협상에 임하겠다는 북한의 완강한 입장에 따라 정상적인 회의운영을 하지 못하고 사흘째 공전하고 있다.
의장국인 중국은 21일 오후 5시 30분(현지시간) 6개국 수석대표회담을 열어 지난 15일부터 진행된 실무그룹회담과 19일부터 진행된 6자회담의 논의결과를 정리해 의장요약이나 의장성명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이날 내내 숙소인 주중 북한 대사관에 머물다 오후 3시 30분이 되어서야 회담장인 댜오위타이에 합류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임에 따라 회기 연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BDA의 북한 자금은 현재 금융절차상의 문제로 송금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본부장은 오전에 회담장에 잠시 들렀다 곧 힐 차관보와 점심을 함께하며 대책을 숙의했다.
천 본부장은 오찬 뒤 기자들에게 "6자회담 진로에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해서 작은 장애물까지 자동적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리가 장애가 제거되기를 기다리며 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힐 차관보도 "금융문제로 회담을 지연시키는 것은 북한의 이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많은 대표단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북한 몽니론' 적극 반박
그러나 철저히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움직이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북한은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들을 변호했다.
조선신보는 이날 베이징발 기사에서 이 신문은 베이징발 기사에서 "금융제재 해제에 관한 미국의 대응은 언동불일치의 전형적인 사례로 조선(북)측에 있어서는 항상 불신의 대상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 앞선 지난해 10월 미국이 금융제재 문제를 토의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던 일과 올해 1월 베를린 회담에서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30일 이내에 해결하자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점 등을 거론했다.
신문은 이어 "미국은 이번 6차 6자회담의 개막을 앞두고 BDA에 관한 조사결과라는 것을 발표하고 2.13합의 이행의 장애물이 모두 제거된 것처럼 여론을 오도했지만 실상은 동결된 계좌의 해제권한을 마카오 당국에 떠넘겼을 뿐"이라며 "이번 회담의 개막을 앞두고 BDA 관련 동결자금 처리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지만 동결된 자금이 조선 측에 실지로 반환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BDA문제는 그저 돈을 되찾는 문제가 아니다"며 "조선은 이 문제를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의 이행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태도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보고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신보는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전환을 공약한 미국과의 관계를 앞으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기초해 진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조선의 입장"이라며 "언행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는 요소는 말끔히 제거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BDA 문제에 관한 태도를 동결자금에 대한 고집이나 집착으로 해석하는 것은 조선의 정책적 목표를 외면한 관점"이라며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북한 '몽니론'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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