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이 차세대 전투기로 유로파이터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미국 전투기만을 구입해 왔던 만큼 거래선 변경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변화로 여겨지는 것이다.
18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 대변인은 "차세대 전투기로 유로파이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다른 전투기들도 검토 선상에 올려놓고 있으며 유럽 자료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자료를 놓고 비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1971년부터 비행에 들어간 F-4 전투기 90기를 시급하게 교체해야 할 품목으로 정해두고 있다. 후순위이지만 F-15 전투기 200기도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총 300대 가량의 노후 전투기가 교체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향후 6개월 이내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전투기 선정 작업에서 유로파이터 도입이 결정될 경우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군수품 계약이 체결된다.
이에 군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유로파이터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기보다는 미국과의 가격 흥정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가 미국 전투기를 구입하기 전 유럽산 전투기를 함께 선택지에 올려두었듯이 말이다.
미 의회 압박용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현재 일본 정부는 미 록히드마틴사의 스텔스기 F-22A의 도입을 강하게 원하고 있지만 미 의회가 레이더망을 무력화한다는 이유로 이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일본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줘서 미 의회를 설득하려는 게 아니냐는 풀이다.
록히드마틴사 역시 일본과의 거래 허가를 받아내기 위해 의회 로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F-22를 500대 정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군이 그 절반도 구매하지 않자 록히드마틴사는 판매망 확장에 안달이 나 있는 상태인 것이다.
이에 토마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는 "유럽 전투기의 품질도 훌륭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인 만큼 일본이 어떤 것을 선택하는 지를 두고 토론이 벌어질 것"이라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전투기 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려울 것"이란 게 쉬퍼 대사의 전망이었다. 기존 미국 전투기들과 상호 운용을 고려했을 때 다른 나라의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거래 금지가 풀릴 경우 F-22 한 대의 가격은 2억 달러를 호가하지만 이미 모든 정비 시설이 미국 전투기에 맞춰져 있는 탓에 전체 운용비용은 유로파이터로 교체하는 것보다 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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