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구(舊) 여권의 분열을 불러올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근태, 정동영 전 당 의장 등 열린우리당에 몸담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물론이고 천정배 의원 등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이 한미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당 의장 등 당 지도부가 '정략적인 한미 FTA 반대를 그만두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이 같은 당의 방침에 대해 김근태-정동영 등 두 주자의 반응이 주목된다.
정세균 "지금 찬반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
정세균 당 의장은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의 입장은 지금 이 시점에서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협상은 결국 마지막 결과를 봐야 손익계산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르면 3월 말 협상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 이후 6월 말까지 보완 수정되는 프로세스가 있는데 협상 결과를 두고 전문가, 학자, 정부가 나름대로 계산해서 문제가 있나 없나를 보고 논의해야지 지금 이 시점에서 찬반을 이야기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어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정 의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신명숙의 SBS전망대>에서도 "일단 FTA가 대세이기 때문에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 FTA협상을 하는 것은 찬성"이라며 "다만 협상 결과를 보고 비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협상이 지금 찬반을 얘기하는 것은 좀 성급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주자들, 협상 내용을 알기는 하나"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최고위원들도 한 목소리로 한미 FTA 반대 입장을 밝힌 대선주자들을 비판했다.
국회 한미FTA 특위 위원장인 홍재형 최고위원은 "지난 국회 한미 FTA 특위 회의에서 그간 FTA 협상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미국이 무엇을 양보했는지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며 "한미 FTA에 반대하는 유력한 지도자분들께서는 그런 내용도 못보셨을 텐데 내용도 모르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정략적으로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 위원은 "정부 측에도 (유력 대선주자들을) 찾아가서라도 설명하라고 당부했다"며 "지금까지 진전된 내용 자체라도 속기록 보고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 FTA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도 "한미 FTA에 반대한다면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 하는데 심상정 후보만 국가-투자자 국가 소송제 때문에 반대한다고 나와 있다"며 "이 문제는 토의를 통해 충분히 정리 보완할 수 있는 문제일 뿐더러 지금까지 국회에서 공개된 내용을 공부한 의원도 드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송 위원은 "대선 주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전략에 따라 한미 FTA를 활용할 때는 국익에 손상이 갈 염려가 크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우리 국익에 한미 FTA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원혜영 최고위원도 "협상 내용을 보지도 않고 미리 재단해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성급하다"며 "특히 정치인들이 정치적 손익계산과 연결시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원 의원은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한미 FTA 반대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FTA 협상결과를 떠나 공당의 대표가 단식 농성이라는 과격한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하루 빨리 농성을 풀고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올바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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