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하마스와 파타당의 공동 내각이 17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 체결된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그 이듬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구성됐지만 여러 정파가 참여하는 공동내각이 가동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년 여간 치열하게 다퉈 온 양 정파가 손을 맞잡은 데에는 하마스 집권 이후 내려진 국제사회의 경제봉쇄 조치를 풀어보려는 의도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과 서구권 국가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존재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노선을 고수하자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작년 3월부터 경제봉쇄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새 공동 내각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하마스의 노선을 그대로 계승해 공동 내각 출범만으로 서구의 원조 재개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美 "팔레스타인은 '평화'의 기회를 놓쳤다"
팔레스타인 자치의회는 이날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를 포함한 하마스 소속 12명, 파타당 소속 6명, 무소속 7명 등 모두 25명으로 구성된 공동내각을 승인했고 새 내각은 곧바로 취임식을 가졌다.
하니야 총리는 이날 자치의회 정책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을 모두 회복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모든 형태의 저항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새 내각은 또 PLO와 이스라엘 사이에 체결된 협정과 국제사회가 채택한 팔레스타인 관련 결의안들을 "존중할 것"이라며 작년 3월 하마스 단독 내각 출범 이후 자치정부에 가해진 미국과 유럽연합의 원조중단 제재의 해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니야 총리가 '저항권'을 언급한 것을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무력 저항을 포기하라는 그들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규정하고 향후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새 팔레스타인 내각이 독립국을 건설하기 위한 수단으로 테러를 공인했다"며 "새 자치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기피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고, 미 국무부 역시 "팔레스타인 총리의 연설은 평화를 실행할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단언했다.
유럽연합은 새 내각의 출범 자체를 두고는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원조 재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프랑스가 지아드 아부 아므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장관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유럽연합 내 다른 국가들과의 합의 없이 대 팔레스타인 정책 수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 중 팔레스타인 새 내각을 인정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국가는 노르웨이가 유일했고, 꾸준히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온 러시아가 외무장관 성명을 통해 "국제 사회가 팔레스타인 새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