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과거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직접 대화를 거부했던 북한, 이란과 최근 양자대화를 추진하면서, 그것이 지난 6년간 보여줬던 부시 외교정책의 성과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정책이 변했기 때문인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의 관리들은 최근 미국이 대화를 중시하고 나선 것이 갑작스런 정책변화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지난 6년간의 조심스럽고 신중한 외교정책의 결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나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은 외교적 실패에 따른 궤도수정이라며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전현직 관리들은 '외교 성공론' 주장
포스트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의 전직 고위관리는 "무엇이 바뀌었나? 우리가 결국 그들을 좋아하게 됐나? 우리가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줬나?"라고 물으며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이 관리는 "궁극적으로 북한과 이란 문제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풀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런 수단들을 천천히 적용해왔고, 그에 따른 상황의 실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외교 성공론'을 폈다.
현직에 있는 한 고위관리도 정책뒤집기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진퇴양난에 빠진 이라크 사태와 부시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가 이같은 큰 정책변화를 가져왔다는 보도에 격분하며 "모든 사람들은 '이것은 정책변화'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정책)성공의 신호"라고 주장했다.
럼스펠드의 사임이 낳은 결과
하지만 몇몇 현직 관리들은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사임하고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국방부의 입김이 줄어들면서 외교적 접근이 쉬워졌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럼즈펠드 전 장관과 딕 체니 부통령은 오랫동안 북한과 이란과 직접 대화하는 것은 "나쁜행동에 대해 보상해주는 것"이라고 반대해왔고 부시 대통령은 그들의 말을 따랐다.
그러나 포스트는 국무장관에 오른 지 2년이 된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이제는 부시 대통령에게 다루기 힘든 정권들과의 외교가 제 길로 가고 있다고 확신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필립 젤리코 전 라이스장관 자문역은 작년 가을부터 이같은 변화가 시작됐다면서 "국방부의 변화가 이를 도왔고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곤경이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을 이(외교) 분야에 투입시키려는 라이스 장관의 의지를 더 강하게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시리아와 직접 대화에 나서기로 한 데 대해 국무부 고위관리는 "이것은 단순히 갑작스런 대이란 포용정책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이란의 행동을 변화시킬 지렛대를 선택적으로 찾을 것이며 그것이 외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이라크 및 다른 지역에 대한 테러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해 마주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왔고 이란은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해 '성공론'보다는 '변화론'에 무게를 실었다.
'2.13합의는 오래전부터 가능했던 것'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 출신 외교관들과 부시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이번 합의가 수년 전에 이미 도달할 수 있는 것이었으나 미국에 의해 거절돼왔다고 말했다"고 전해 부시의 외교가 성공했다는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6년간 북한에 대해 핵문제를 놓고 양자협상을 벌이는 것을 거부해왔으며 지난 2002년에는 북한이 우라늄농축 핵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다며 클린턴 행정부 시절 체결된 제네바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또 부시 행정부는 지금껏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때까지 북한과 양자접촉은 없다면서 중국, 북한, 일본, 러시아 등과 함께 협상할 것을 주장해왔다.
포스트에 따르면 외교관들과 행정부 관리들은 2.13합의를 이끄는 데에는 럼즈펠드 장관의 사임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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