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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미국은 '이라크 석유'로 중국 견제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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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미국은 '이라크 석유'로 중국 견제 노려"

"'자원 통제권'은 판매 수익 이상의 이권"

"미국이 '이라크 석유법' 제정으로 노리는 것은 금전적 이익 이상의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 자원의 통제권'을 쥐게 됐고 이는 중국과 유럽을 견제할만한 힘이 될 것이다."

노암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석좌교수는 미국 정부가 국제적 비난과 이라크 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석유법'을 강행하고 있는 배후에는 이라크 석유 수급권을 쥐고 석유가 필요한 다른 경쟁국가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를 잡은 자가 세계를 지배하기에…"

촘스키 교수는 미국의 좌파매체 <카운터펀치> 11일자에 실린 사미르 도사니 '세계 경제정의를 위한 미국 네트워크' 국장과의 인터뷰에서 "1940년대 중반부터 미 국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에너지 자원이 막대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이라크 석유법' 역시 전략적 통제권을 잡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이라크 내각을 통과한 '이라크 석유법'은 이라크 석유사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참여를 대폭 보장하면서도 이라크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조항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외세에 의한 이라크 석유자원의 착취를 제도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촘스키 교수는 미국이 이라크 석유법을 무리하게 제정하려는 배후에는 이라크 석유 수급권을 쥐고 유럽과 중국 등 다른 경쟁국가들을 견제해 나가려는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www.chomsky.ifo

게다가 향후 30년 간 이라크의 미개발 유전의 시추권을 외국 사기업에 양도토록 한 독소조항이 정부나 의회 내에서 널리 논의되지 않은 채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압력에 밀려 졸속으로 처리된 점은 이라크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이라크 의회엔 '법안을 구경도 못했다'는 의원들이 수두룩한 반면, 이해관계가 명확한 메이저 석유 기업들은 초안이 작성되던 때부터 긴밀하게 간여해 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무리한 법안'을 '무도한 방식으로' 처리해야만 하는 데에는 이라크 석유를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싶은 석유 기업들의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 풀이지만, 촘스키 교수는 즉각 돈으로 환산되는 금전적 이권보단 전략적 이권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냉전시대 때 소련에 대한 '봉쇄정책'을 창안했던 조지 케넌은 "미국은 중동석유에 대한 권한으로 통해 라이벌 국가에 대한 견제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고, 1970년대 후반 카터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이라크에 '미국의 수혜를 받은 정권(a client regime)'이 유지된다면 미국은 유럽과 중국 등 라이벌 국가들에 대한 결정적인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딕 체니 부통령 역시 "러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를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 에너지가 협박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전 세계가 한정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자원의 유통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는 쪽이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쪽에 대한 영향력을 갖기 마련이다. 이에 미국은 이라크에서 석유를 공급받는 유럽과 아시아에 대한 정치적 레버리지를 쥐기 위해 이라크 석유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촘스키 교수의 주장이다.

촘스키 교수는 "송유관에 대한 통제권을 쥐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협박과 강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석유로부터 나온 모든 돈은 미국 손에?"

'이라크 석유법'이 규정하고 있는 생산물분배협정(PSA) 덕분에 엑슨 모빌, 핼리버튼, 로열 더치 쉘 등 미국과 영국의 대형 석유기업들은 이라크 석유를 헐값에 사들일 수 있는 권한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촘스키 교수는 이라크 석유가 비단 석유기업만 먹여 살리는 게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 에미리트의 예를 보면 석유를 팔아 챙긴 '오일 머니'는 주로 미국의 건설업체에 대형 건설 공사를 발주하거나 유럽의 방위업체로부터 고가의 첨단 무기를 사는 데 쓰였다.

서구 기업들이 중동지역에서 싸게 산 석유를 아시아나 유럽에 비싸게 팔아 이득을 남기는 것도 모자라, 석유를 사들이며 지불했던 '오일 머니'까지 다시 벌어들여서 석유가 창출하는 모든 금전적 이익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이처럼 석유법 등의 제도적 틀을 만들어 미국 정부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유지하려는 이권이 단순한 석유 시추권이 아니라 '석유부터 나오는 모든 이익'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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