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망(MD) 구축계획은 '안보 우산' 혜택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들간 단합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이 11일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도 이날 "MD구축 계획을 포기하라"고 촉구하는 등 유럽의 주요 인사들의 문제점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스헤페르 사무총장은 1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 회견에서 MD가 회원국 대부분에 '안보우산'을 제공하지만 이란과 인접한 남동부 유럽은 단거리미사일 방어망의 별도 구축이 없는 한 혜택이 없다며 그같이 지적했다.
그는 "MD구축에 'A리그와 B리그'로 나뉘면 안되며 '안보혜택의 분할불가'가 기본 원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토는 2006년 북한과 이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위협 증대에 대처하기 위한 유럽 차원의 MD시스템 구축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외 유럽내 제3 미사일요격기지 신설이 기지 후보국인 폴란드와 체코에만 혜택을 줘 유럽 전체의 단합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유럽 전체 방어를 위한 MD시스템 구축이 대안으로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 시스템 구축에는 천문학적 비용이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스헤페르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으로 그동안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온 미국의 동유럽 MD구축 계획을 둘러싼 논쟁에 새로운 전선을 열게 됐다고 FT는 논평했다.
또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 등에 MD체제를 구축하려는 계획은 정치적으로 지극히 위험하고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비난한 뒤 "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곳에서도 유럽의 이해관계를 도외시한 어리석은 포위정책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EU가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해야 할 때인데도 MD문제로 러시아를 유럽에서 밀어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러시아가 유럽과 가능한 가깝게 설 수 있도록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지난 9일 EU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유럽과 미국은 러시아의 우려를 고려해야 하고 유럽을 새롭게 분할하는 선을 창출하거나 과거의 질서로 돌아가려는 시도에 대해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도 지난 8일 독일 시사 주간 <디 차이트> 기고문을 통해 "동유럽에 핵미사일방어기지를 설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은 '새로운 원자력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것으로 핵무기비확산체제를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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