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감독관 99퍼센트는 좋다.
그러나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대충 지내는 1퍼센트가 있다.
이런 감독관의 특징은
절대로 자기가 직접 나서서 조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가 가장 흔히 쓰는 단어는 <복도>다.
"두 분이 복도에 나가서 얘기 좀 하고 들어와요."
한국인 사장과 외국인 노동자가 무인지경의 복도에 나가면 무슨 얘기를 나눌까? "이 썅노무 새끼 눈깔을 확 뽑아버릴라!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퇴직금 몇 푼 갖고 지랄이야, 이 개새끼야!"
겁에 질린 외국인이 받을 돈을 깎이고 들어오면
이 구경꾼 감독관은 복도에서 이루어진 타협(?)의 결과를 받아 적고
조사를 끝낸다.
이런 감독관이 무지하게 편할 것 같아도 꼭 그렇지만도 않다.
노사 양쪽에 우습게 보여서 목소리 큰 사람에게 계속 휘둘리기 때문이다.
체불금품이 확정된 후 청산절차를 밟는 중에도,
"회사 형편이 어려워 도저히 못 내겠으니 좀 더 깎아주슈."
하고 사업주가 세게 나가면,
감독관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그럼 화성센터에 깎아달라고 얘기해봐요."
하기 십상이다.
그러면 사업주와 우리 센터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 불똥은 자기한테 튀게 된다.
양쪽으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치니까.
이 구경꾼 감독관의 마지막 말을 들어보라.
"사업주고 화성센터고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왜 나한테만 이러십니까?"
기가 막히지 않는가!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 "그 돈 안 주면 처벌받습니다" 하면 간단한 것을, 꼭 이렇게 여지를 남겨두어 사업주로 하여금 엉뚱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마치 자기는 더 깎아주고 싶은데 화성센터 때문에 안 된다는 듯이. 민간센터가 무슨 자기 상관이라도 되나?
*큰 싸움 : 우리는 힘없는 외국인의 마지막 보루이기에 체불임금을 함부로 깎아줄 형편이 못된다. 반면에 엉뚱한 기대를 가졌다가 거부당하면 흥분한 나머지 "감독관이 여기다 얘기하면 깎아준다고 했는데 왜 안 돼? 이 XX년아!" 하며 쌍욕을 퍼붓는 사업주들 때문에 여직원들이 우는 일까지 생긴다. 그래서 모든 통화를 자동 녹음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었다. 언어폭력을 막고 부득이한 경우 폭행죄로 고소하기 위해서다. 무능한 감독관 덕분에 경찰의 도움을 더 받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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