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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정세, 제2의 윤장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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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정세, 제2의 윤장호 기다린다"

[기고] "아프간·이라크 즉각 철군만이 해결책"

기어코 일이 터지고 말았다. 27일 오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어 있는 국군 건설공병지원부대(다산부대) 소속 윤장호 병장이 사망했다. 국군부대가 들어 있는 아프간 바그람 미군공군기지 정문 앞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폭탄테러가 발생해 희생된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 병장은 전역을 3개월 남겨둔 상태라고 한다. 불시에 고인이 된 윤 병장을 애도하며 유가족 분들에게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반대해 온 사람으로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미군을 돕는 이상 터질 수밖에 없는 사고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노린 공격이라고 하지만 미군을 도우러 국군이 파견된 이상 애꿎은 우리 병사들의 피해는 필연이다. 우리 부대는 바스람 미군 공군기지 안에서 미군과 함께 생활하며 미군을 돕고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미군과 같은 점령자 또는 미군의 조력자로 보이는 것이다.
▲ 27일 오후 4시께(한국시간)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정문 쪽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 현장. 이 사고로 다산부대 윤장호병장이 사망했다. 이번 테러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윤 병장은 통역병으로서 민사작전의 일환으로 기술교육을 받는 현지인들의 부대 출입업무를 담당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군과 다국적군에 대한 반감이 심한 상태에서 많은 현지인들을 접촉하는 윤 병장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윤 병장이 당한 사고는 안타깝지만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었다.

윤병장의 죽음은 잘못된 파병과 연장 때문

이번 사태의 책임은 파병과 그 연장을 주도한 정부와 이를 찬성해준 국회의원들이 져야 한다. 아프가니스탄에 다산부대를 파견하지 않았거나, 지난해 12월 22일 국회에서 파견연장 동의안을 부결시켰더라면 윤 병장은 머나먼 이역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다산부대 파견연장 동의안은 재석 192명, 찬성 138명으로 통과됐다. 반대는 필자를 비롯해 37명이었다(기권 17명). 나는 이때 파견연장동의안을 부결시켰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동의·다산부대는 이미 5년이나 주둔하고 있어 더 이상 연장할 이유가 없었다.

미군의 아프간점령 돕는 것은 명분 약해

그동안 필자는 이라크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의료지원부대(동의부대 58명)와 2003년부터 건설공병지원부대(다산부대 147명)의 즉각적인 철수를 주장해 왔다. 우리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면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정책을 무한정 도울 명분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실제 활동도 현지인들을 위한 봉사보다는 미군과 동맹군에 대한 지원활동이 주된 임무다. 특히 공병부대인 다산부대는 대부분 미군과 동맹군기지 건설을 위한 토목 및 건축공사를 해 왔다.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다산부대는 2006년 11월까지 바그람 기지 내 비행장 활주로 보수, 부대 방호시설, 주변 도로 보수 및 확장, 암벽오르기 훈련타워 등 총362건의 공사를 수행했다.

정부, 철군결정 늦추다 병사 희생 자초해

이번 사고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치안이 극도로 불안정해진 가운데 일어난 것이다. 축출된 탈레반이 2005년부터 세력을 확장하면서 2006년 들어 미군과 동맹군 사망자가 급증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월 10일 개전 이래 지난해 11월 20일까지 미군과 '동맹군' 350명이 사망했다. 이중 2006년 1월 1일 이후 사망자가 122명에 달한다. 현재까지의 사망자는 4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정부에서도 지난해 12월 파병연장안을 통과시킬 때 이라크 파병은 2007년 철군을 못 박지 않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동의 · 다산부대는 2007년 12월말 철수를 조건으로 1년을 연장했다. 우물쭈물하면서 파병을 1년 더 연장하는 바람에 윤 병장과 같은 희생이 생긴 것이다.

아프간 즉각 철군만이 희생재발 막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연말로 예정된 동의·다산부대 철군을 앞당겨야 한다. 이라크에 가려져 관심이 적지만 지금 아프가니스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하다. 민심의 지지를 바탕으로 저항세력들은 미군과 다국적군에 대한 공세를 날로 강화하고 있다. 연말까지 철군을 머뭇거리다가는 윤 병장과 같은 피해가 또 일어날 수 있다. 정부는 즉각 아프가니스탄에서 국군부대를 철수시켜야 한다.

대테러전쟁이란 미국의 세계패권 강화를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 빈약한 무기에 헐벗은 아프가니스탄 반군세력들이 왜 세계 최강의 첨단군사력을 가진 미국에게 맞설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민심이 이들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외세의 부당한 점령과 간섭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라크에서도 철군하고 레바논 파병 재고해야

아울러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라크에서도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 더 이상 파병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레바논파병도 재고해야 한다. 레바논은 아프가니스탄 못지않게 위험한 지역이다. 파병 명분도 없고 병사들의 안전에도 문제가 많다.

필자는 동의·다산부대 철군결의안을 비롯해 모든 부당한 해외파병 국군의 조속한 철군을 위해 뜻을 같이 하는 평화세력, 양심세력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국민들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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