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지난달 16~18일 베를린 양자 회동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문제를 협의했다는 보도가 잇달아 주목된다.
경향신문은 23일 북미 양국이 북핵 2.13합의에 따라 서로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초기조치 이행이 이뤄진다면 초기조치 시한인 60일이 종료되는 시점을 전후해 라이스 장관의 평양방문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라이스 장관의 방북 협의는 2.13합의에 명시된 6자 외무장관 회담과는 별도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를린에서 만나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릴 경우 라이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김 부상은 힐 차관보에게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폐를 입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의 방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들에서 '합의'와 '협의'가 엇갈리는 상황으로 미뤄 볼 때 핵폐기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라이스 장관의 북한 방문을 양 국이 논의할 수 있다는 정도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2.13합의에 따라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의 가동, 초기조치의 이행 등이 급물살을 탈 경우 라이스 장관이나 아버지 부시의 방북이 가능한 선택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라든지 '미국의 적성국교역법 종료,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대북제재 완화가 선결된 뒤' 등 전제조건이 많아 4~5월 방북은 무리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 국무부도 이같은 보도에 대해 "현재로선 미국 관리나 민간인의 방북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존 네그로폰테 미 국방부 부장관이 내주 북한을 방북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듯이 미국 고위 인사의 방북은 가능하기는 하지만 성급히 합의될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힐 차관보가 2.13합의 직후 밝혔듯이 3월 초 김계관 부상의 미국 방문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소식통은 김 부상이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회의의 참석을 위해 내달 초 뉴욕을 방문하는 것을 북미가 추진중이라며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힐이 공개한 만큼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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