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사회는 민주화를 통해 투명성이 높아졌건만 빈부의 차이는 점점 커져만 가는 것일까? 수출이 무려 3000 억 달러에 이르고 1인당 GDP가 2만 달러에 달했음에도 일자리는 왜 늘어나지 않는 것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가장 간단한 대답은 '세월이 그렇다'이다. 하지만 왜 그런가를 알고 싶다면 필자의 얘기를 들으신 후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우리는 국운(國運)상으로 1994년부터 가을로 접어들어 2009년부터 겨울이 시작되기에, 지금 2007년은 한 해로 비유컨대 10월 23일경의 상강(霜降), 가을로서 무서리가 내리는 시작하는 계절을 맞이했다.
가을이란 계절을 알면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
1994년에 시작된 가을이지만, 가을의 느낌은 서늘한 바람이 일기 시작한 때이니 1997년이 된다. 더위가 멈추는 처서(處暑)이니 IMF 사태는 소슬한 가을바람에 때늦은 벼들이 도열병과 서늘한 공기에 시든 것이고 그로서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1974-1980년 사이의 적절한 시기에 씨를 뿌린 우리의 산업들은 병들지 않고 더 풍성해졌다. 그리고 가을 추수기를 맞은 것이니 자동차와 조선, 전자, 석유화학 등이 그것이다.
농부는 여름내 애써 가꾼 작물을 9월 23일경의 추분에서 10월 23일경에 있는 상강까지 한 달 동안에 거두어들이니 이를 추수(秋收)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 추수는 2001년 무렵에 시작해서 2006년으로서 사실상 끝이 났다.
추수가 시작될 무렵이면 벌써 농부들은 한 해의 작황이 어땠는지 대충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풍작이라 부자이고 누군가는 작황이 시원치 않으니 빈자임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양극(兩極)화로서 국운상의 추수가 시작되는 2001년부터였다. 부자는 티를 내느라 부티크 아파트와 와인, 외제 차, 해외 나들이 등으로 분주하고 그 반대는 삶이 더 팍팍해졌다.
또 추수가 시작될 무렵에는 누구나 마음이 느긋해지고 풍요로워져서 소비를 앞당기게 된다. 그런 기류를 타고 등장한 말이 바로 '웰빙'이었다. 자연스런 마음의 흐름인지라 탓할 것도 없지만 정작 추수를 해보니 빚을 정리하면 남는 것이 없는 사람도 많았다.
앞당겨 쓰기 시작한 것은 추수가 시작된 2001년 무렵이었고 작황이 중간을 지나 윤곽이 드러난 것은 2004년으로서 그것이 카드채 대란이었고 신용불량자의 양산이었다. 따라서 웰빙과 카드채 사건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또 추수 때에는 일손이 부족하니 품앗이를 하거나 일당을 주고 사람을 쓸 것이다.
IMF 사태 이후 보편화된 '비정규직'이란 바로 가을걷이에 필요한 한시적인 일손인 것이고, 그나마도 이제 추수가 대충 끝났으니 줄어들 것이다.
추수를 많이 거둔 농부는 곳간에 쌓을 뿐 늦가을에 파종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덩달아서 일자리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내수 경제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도 마찬가지.
북한은 현재 남한과의 차이에서 오는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이 저토록 빈한한 것은 1970년대의 씨 뿌릴 시기를 그대로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중국과 함께 개방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등한시한 것이다.
국운의 가을이 시작되는 1994년에 부친이 세상을 뜬 후, 날로 피폐해가는 공화국을 이어받은 김정일 위원장은 타개의 모든 것을 핵에 걸었다. 하지만 추수가 끝나는 2006년이 되어도 손에 쥐는 것이 없고 굶어죽을 공산이라 결국 핵을 한 방 터트린다.
막가파 식이지만 본질은 도와 달라는 절규이다. 남한을 인질로 삼아 세상을 향해 좀 먹고 살게 해 달라는 외침.
작년 10월초, 필자는 '타짜'라는 영화를 보았다.
초짜 조승우는 도박장에서 돈을 다 잃자 갑자기 돈 자루를 잡아채어 캐비넷 위로 올라가 흉기를 들고 씩씩거린다. 이에 타짜 백윤식은 '저 놈 갈 데까지 간 놈이지 뭐'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현실 세상에서는 북핵이 터졌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필자는 박장대소를 했다.
핵실험을 감행한 김정일은 바로 조승우로서 백윤식의 입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있었으니 세상일은 정말 재미있고도 묘하지 않은가. 다만 북핵 사건은 일종의 인질 납치극이고 그 인질이 바로 우리라는 점에서 좀 그렇다.
영화 속에서 조승우가 들고 있던 자루 속의 얼마 안 되는 돈은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에 들어있는 바로 그 돈이다.
화투고수 백윤식처럼 여유를 부리면서 '저 놈, 그냥 가게 놔둬', 이런 식으로 미국이 강자의 여유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현실이기도 하고 또 '부시' 아저씨, 통이 작은 탓일 것이다. 하지만 궁한 쥐 너무 모는 법이 아니다.
조승우 사건, 즉 김정일의 북핵 사건을 놓고 우리 언론의 내용도 역시 두 갈래가 있었다.
한 쪽은 흉기를 들고 우리를 인질로 삼고 나섰으니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또 한 쪽에서는 오죽하면 저러겠느냐, 죄는 밉지만 먼저 밥은 먹고 살 게 해주어야 하지 않느냐 한다. 또한 맞는 말이다. 필자는 이처럼 양비(兩非)론이 아니라 언제나 양시(兩是)론이다.
그리고 북핵의 해법 또한 간단하다. 세상에 해법이 없는 문제는 없는데 그저 사람의 마음이 급할 뿐이다.
아직은 인질범이 인질을 해할 마음까지는 아닌 것 같으니 여유를 가지고 밥이라도 한 술 떠먹이면서 따뜻하게 타 이른 후, 너도 먹고 살려면 제대로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일깨워주는 것이다.
또 죄가 중하다면 일단 소정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 하얀 두부를 먹인 다음 정신 무장을 새롭게 해서 성실하게 살도록 교화하는 것이다.
북한 문제 역시 양극화로 인한 배고픔에서 오는 인질납치 사건인 이상, 우선은 놔두었다가 2009년부터 국운의 겨울이 오면 결국 겨울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제풀에 자수해 올 것이니 그 때가서 앞서의 상식적인 해법을 택하면 된다.
그러니 사실 난리법석을 떨 일도 아니고 침착하게 그저 흉기로 인한 불상사가 없도록 달래면서 관리하면 된다.
이처럼 국운의 늦가을 바람은 우리 내부의 양극화만 아니라 북한이라는 또 하나의 양극화를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도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다. 다만 2001년에 시작된 흐름이니 2031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러니 겨울이 온다고 두 손 놓고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인가.
실은 보리가 있다. 우리 조상들은 상강 무렵에 보리를 파종해서 다음 해 쌀이 나오기 전까지 궁기를 간신히 메울 수 있었다. 지금 말로 '알바' 또는 '투잡'을 한 것이다.
지난 벤처 열풍의 본질은 그것이 그런 대체 작물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열망이었다. 실패로 끝을 보았지만 실은 이제야말로 보리를 파종할 시기가 되었다. 그런 업종과 산업이 무엇이 될 수 있을는지 살펴보고 또 생각해보지만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엄청나게 우수한 인력들이 있어 여건과 기회만 주어지면 세상 끝까지라도 달려갈 수 있는 투지를 지녔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 자체로서 가을보리 아니겠느냐 여긴다.
돌이켜보면 국운의 추수 분위기가 웰빙 바람을 낳고 그 탓에 신용카드 빚으로 신용불량자를 양산했으니 세월과 유행 풍조의 무상함과 무서움에 새삼 진저리쳐진다.
이제라도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면 빠른 시간 내에 정리하고, 각자의 가을보리를 파종하시길 바란다.
추위도 여름의 풍성함도 모두 세월이 만드는 것이다. 이제 설 지나고 우수(雨水) 지났으니 동녘에서는 어김없이 봄바람이 불어오리라.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