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공식적인 조사와 법원의 판결을 통해 부일장학회는 김지태씨가 국가에 자진 헌납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정권에 의해 강탈당했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지난 2004년 11월 출범한 국정원 과거사조사위원회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오랜 기간의 조사를 통해 정수장학회는 박정희정권이 김지태씨로부터 빼앗은 장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박근혜 후보. ⓒ뉴시스 |
정수장학회는 공권력이 취한 명백한 장물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다른 많은 기업가들 중에서 유독 김지태씨가 가지고 있던 부일장학회를 강탈한 이유는 김지태씨가 운영하던 <부산일보>가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반정부투쟁을 하다 마산시 신포동 중앙부두 앞바다에 주검으로 떠오른 김주열의 사진을 전국 최초로 신문에 보도하면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계기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박정희정권에게 미운털이 박힌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는 박정희정권에 의해 강탈 당한 후 5.16장학회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후 박정희의 뒤를 이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1982년 박근혜 후보의 생계를 챙겨주기 위한 차원에서 5.16장학회를 정수장학회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MBC> 주식 30%와 <부산일보> 주식 100%를 사실상 박정희 일가의 사유재산으로 만들어주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 정수장학회의 MBC 주식 보유는 박정희시대 언론장악 공작과 공권력 남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공영방송인 <MBC> 경영진이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는 <MBC> 지분 30%의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하다 언론에 폭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장의 온갖 비리연루 의혹과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에 대한 탄압으로 공영방송을 망치고 있는 <MBC> 경영진이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를 영입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수개월간 <MBC> 민영화 방안을 연구한 끝에,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주식 처분을 통해 <MBC>를 민영화하려는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하다 이번에 발각된 것이다. 그동안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온 민영화를 좀더 손쉽게 추진할 기회를 마련하고,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는 <MBC> 주식에 대한 장물 논란과< MBC> 민영화에 대한 반발을 잠재울 기회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MBC>의 민영화, 국민적 합의에 부쳐야
그렇다면 왜 <MBC> 경영진은 민영화 추진에 매달리는 것일까? 우선 민영화를 통해 <MBC>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MBC>가 사기업이 되면 노조의 활동이 많은 부분 위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기업의 경우 노조에 가입해 사측에 반대하는 행동을 하거나 파업을 주도하면 경영진에게 찍혀 평생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국민이나 노조의 반발이 심한 정치권력에 의한 방송 통제보다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강력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는 자본에 의한 방송 통제를 추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공영방송 <MBC>가 민영화되면 자본에 종속된 대부분의 상업방송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방송 내용의 상업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공영방송과 달리 상업방송은 이윤추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기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MBC> 경영진의 민영화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MBC> 민영화는 경영진이 단독으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공영방송 <MBC>의 실질적인 주인인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민영화 추진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없이 비밀회담을 통해 정수장학회를 앞세워 <MBC>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민영화 추진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경영진의 생각은 주인이 관리를 맡긴 물건을 주인의 허락도 없이 고용관리인이 일방적으로 처분하려는 시도로 도둑질과 다름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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