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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가장 먼저 신작영화 보는 재미, 쏠쏠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2/06] 외국영화 번역가 이미도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평생 잊지 못할 명대사, 명장면을 만나게 되는데요. 특히 외국영화의 경우.. 대사를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그 감동의 여운이 달라집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외국영화 번역가인 이미도씨는.. 그래서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하며.. 외화 속 명대사에서 영어의 묘미는 물론.. 미처 몰랐던 인생 이야기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야말로.. 영어를 쉽게 익힐 수 있는 영어학습서 겸 인생 백과사전이라고 말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외국영화 번역가 이미도씨를 초대해.. 외화 번역가로서의 생활과 외국영화 속 명대사의 숨은 매력.. 그리고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외국영화 번역가 이미도씹니다! 이미도씨는 1961년 서울 출생으로.. 1985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웨덴어학과를 졸업했습니다. 88년 공군영어교육장교로 복무하면서 공군교육사령부에서 해외파견요원에게 영어를 지도했고.. 93년 영화 '블루'를 시작으로 외국영화 번역일을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번역 작품으로는 <더 록> <인생은 아름다워> <아메리칸 뷰티> <이보다 더좋을 순 없다> <글래디에이터> 등이 있습니다. 현재 <슈렉3>를 번역하고 있으며.. 지난해 1인 출판사 '물고기도서관'을 창업해.. 외화번역과 영어 관련 저술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영화 한두번 다 보신 분들은 영화 끝 부분에서 번역 이미도라는 이름을 보셨을 텐데... 많은 분들이 여자 분으로 아시는 분들도 계시고..

이미도 : 방금 커밍아웃 한 것 같은데요

박인규 : 일부에서는 이미도가 번역회사 이름 아니냐 하는 말도 하거든요..

이미도 : 제가 다 한다고 알고 계시는데 사실은 7,8% 밖에 안 됩니다. 커다란 오해죠.

박인규 : 이미도씨가 다 번역했다고 생각하는 건, 이른바 히트한 외국영화를 많이 번역해서 그런 건가요?

이미도 : 아마 그런 걸 겁니다 1년 간 우리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편수가 많아야 스무 편 정도. 그런데 제가 일년에 한 20편 정도 번역하거든요. 관객들이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서 보는 영화들이 대체로 제가 번역한 영화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박인규 : 대표적인 외화번역가라고 말할 수 있는데, 미도라는 이름이 아름다울 '미'자에 길'도'자에요. 남자 이름에 '미'자가 잘 안 들어가는데 본명이십니까?

이미도 : 본명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이름을 먼저 지어 놓으시고 아들이 됐건 딸이 됐건 주려고 하셨는데 제가 먼저 선택됐구요. 그리고 50년대 당시에 미군 통역관 겸 도서관 사서를 하셨는데 미국을 무척 동경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훗날 기회가 닿으면 미국에서 생활이든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시고 미국에 갈 수 있는 길, 또는 가는 길이란 뜻으로 미도라는 이름을 지으셨다고 훗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박인규 : 그렇게 아버님도 미국을 좋아하셨으면 대학을 영문과를 안 가시고 스웨덴어학과를 가셨어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이미도 : 제가 영어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에 "너 영어 못하니?" 하시더라구요. 왜냐 하면 제가 중학교 들어갈 때부터 아버지께서 제 첫 영어선생님이시면서 영어를 가르치셨거든요. 그래서 그때 당시 스웨덴으로 이민을 가고자 계획하셨기 때문에 특수 언어긴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미국 쪽이나 캐나다 쪽으로 이민을 계획하시다가 지금은 호주에 안착하셨습니다.

박인규 : 외국영화 번역을 93년도에 영화 블루를 시작으로 하셨다고 돼 있는데, 영어는 기본적으로 잘 하셨고, 그러다가 탁월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외화번역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이미도 : 얼떨결에 시작했는데요, 그때 당시에 미국영화를 우리나라에 들여와서 소개하는 일을 하시는 분은 미국에 계셨고 저는 국내에서 영화를 추천해 주시거나 소개해 주시면 한국의 수입회사들에게 소개해 주는 일을 했었는데 어학 쪽으로 제가 관심이 많으니까 직접 한 번 번역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얼떨결에 시작을 했는데 그 매력이 상당히 크더라구요. 그래서 최근에 책을 쓰기 전까지는 제가 다른 분야에 한눈을 안 팔았을 정도로 푹 빠져 있었죠.

박인규 : 지금까지 몇 편이나 번역하셨어요?

이미도 : 450편 조금 넘었습니다.

박인규 : 14년에 450편이면 1년에 30편. 굉장히 많이 하셨군요. 그런데 외화 자막이라고 하죠. 그게 글자수가 많으면 안 된다면서요.. 외국영화를 번역할 때 말하자면 몇 가지 지켜야 될 룰이 있다던데.....

이미도 : 지금은 관객들이나 번역작가들이나 훨씬 환경이 좋아진 것이.. 과거에는 극장의 천정 높이가 낮았기 때문에, 즉 계단의 경사도가 낮았기 때문에 가로 자막으로 가면 앞사람 머리 때문에 자막을 읽지를 못했어요. 그러고도 세로 읽기를 했었죠. 세로는 폭상 8자 밖에 못 들어가거든요. 두 줄 넣어야 16자. 그러나 지금은 가로 자막으로 바뀌었어요. 전부 멀티플렉스로 극장이 전부 전환됐거든요. 천정도 높고 좌석 경사도도 매우 높아지고, 앞사람이 아무리 커도 읽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 줄에 맥시멈 12자, 두 줄 24자, 하지만 글자수는 대사의 타이밍에 좌우되기 때문에 타이밍이 짧으면 짧게, 길면 길게 가는데.. 말 빨리 하는 배우나 많이 하는 배우는 싫어합니다. 둘 다면 더 싫어하구요.

박인규 : 굉장히 말을 빨리 하면 우리나라 자막에는 말의 내용이 다 못 들어가는 수도 있겠네요.

이미도 : 한국영화가 외국에 소개될 때에도... 예를 들어 왕의 남자, 괴물도 외국 관객들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자막은 어차피 압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번역가를 위한 대본을 제공할 때 전체 내용의 한 80% 정도만 담겨있는 번역가용 대본을 만들어 보내주죠. 그 중에서도 상황에 따라 압축할 수도 있고 그대로 살릴 수도 있고...

박인규 : 번역은 실제 영화를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에센스랄까 핵심을 옮겨야 되는 군요.

이미도 : 네. 그런데 가장 중점을 둬야 되는 것은 정보전달과 스토리와 재미겠죠.

박인규 : 제가 듣기로는 영화를 딱 한 번만 보고 화면은 못 보고 녹음해서 번역하신다던데...

이미도 : 화면을 보긴 하는데 동영상 자료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불법복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 번역가를 못 믿는 거죠. 하지만 원칙이니까. 그래서 영사실 같은 데서 영화는 한 번 보는데 소리를 따와서 대본을 놓고 장면을 연상하면서....

박인규 : 한 번 보시고 다 장면이 연상됩니까?

이미도 : 네. 영화를 좋아하면 기억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400편 정도 하시니까... 대사가 긴, 말 많은 영화는 싫다고 말씀하셨고, 본인이 번역하신 영화 대사 중에서 이건 참 명대사다... 아니면, 명대사는 아니지만 내가 번역을 참 잘했다 하는 게 있습니까?

이미도 : 원 대사 자체로서 명대사를 소개하려면 참 많지만요, 짧은 번역 사례긴 한데... 슈렉에서 'far faraway kingdom'이라는 왕국이 등장하죠. 사실 그건 스타워즈 패러디에요.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away'라고 자막이 처음에 둥둥둥 뜨죠. 거기서 far faraway라는 걸 따온 건데, 멀고 멀고 아주 먼 왕국이라고 표현하면 왕국 같지 않으니까 제가 우리 토속적인 방언을 좀 활용해서 '겁나먼 왕국'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게 시도가 좋았는지 관객들 반응이 좋았구요. 또 다른 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사례 중에 제리 맥과이어라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아주 앙증맞은 착한 꼬마가 주인공에게 방송 중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속어를... 욕을 하고는 어른에게 욕을 했으니 얼마나 통쾌하고 기분 좋았겠습니까? 사실 제리 맥과이어가 그걸 계기로 개과천선하게 되는데, 그걸 도저히 우리 식으로는 표현 안 되겠더라구요. 담벼락 낙서 같은 표현을 자막에 담으면 느낌이 불쾌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걸 음차.. 즉 소리 나는 대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 욕을 흉내내듯이. 그때 극장 안 반응이 거의 폭발적이었죠.

박인규 : 보통 영화 한 편 번역하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어느 정도입니까?

이미도 : 전체적인 번역을 완결을 지을 때까지 투입하는 절대시간은 영화들마다 다르겠지만 평균 10일 정도 꼬박 작업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처음에 영화가 들어오면 수입심의, 등급심의 등 절차를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급해지거든요. 그래야 마케팅 등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그때는 보통 일주일 정도 작업해야 되구요, 그리고 나서 두 달 정도 지나면 개봉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다듬기도 하고 최종 탈고 때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죠.

박인규 : 지금까지 한 450편 번역하셨다고 하는데, 조금 지겨워지실 때 안 됐어요?

이미도 : 아직 지겹지는 않구요. 그런데 번역은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두렵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더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에

박인규 : 제가 국세청 직원은 아니지만 혹시 한 편 번역하시면 어느 정도 수입이 되시는지...

이미도 : 이쪽 분야에 입문하시려는 분들에게 작은 정보가 될 수 있다면... 물론 회사와의 직업윤리상 공개하기는 좀 주저스럽지만 통상적으로 상한가 한 600만 원, 하한가 200만 원 정도입니다.

박인규 : 한 달에 한 편 하면 웬만한 정도의 수입이 되네요. 혹시 이미도씨가 가장 많이 알려진 외화번역가긴 합니다만 이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숫자가 많습니까?

이미도 : 1년에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할리우드 영어권 영화가 약 150편 정도입니다. 한 사람 당 1년에 15편 번역한다고 보면 한 10명 정도 활동하고 있는 거죠. 그 중에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한 60% 된다고 보면 한 6분 7분 정도.

박인규 : 하나의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희소하네요.

이미도 : 전업작가에게는 직업이라고 자부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일과 병행해서 할 수도 있겠고. 그렇지만 나름대로 특화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혹시 이런 걸 하고 싶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실력이 필요하겠지요?

이미도 : 1차 언어를 잘 하면 번역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입니다. 우리 언어로 옮겨야 되기 때문에 우리 언어를 더 잘해야겠지요.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해외에 소개해서 노벨문학상 수상을 목표로 삼는다면 우리 언어도 잘해야겠지만 그쪽 언어를 더 잘해야겠지요. 그러므로 1차 언어, 즉 영어는 사전의 도움을 받건 원어민의 도움을 받건 영어를 더 잘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걸 옮길 때에는 순수창작이거든요. 물론 제2의 창작이라고 하더라도 창작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문학적 상상력과 문장력도 뛰어나야 되고.

박인규 : 오히려 우리말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미도 : 그렇습니다. 우리식 정서에 맞춰서 영화를 재밌게 감상해야 되기 때문이죠.

박인규 : 외국영화를 자막으로 번역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지금 TV드라마나 케이블TV에서 더빙하는 일도 하십니까?

이미도 : 더빙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더빙 쪽은 더빙 전문가들께서 하시죠.

박인규 : 자막번역과 더빙번역은 다릅니까? 어떻게 다릅니까?

이미도 : 다릅니다. 예를 들어 대사량이 많을 때, 지금의 저처럼 말을 빨리 하면 다 소화할 수 있죠. 그러나 자막은 말을 빨리 하면 타이밍은 적고 내용은 많으니까 요점만 간결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그리고 화면으로 영화를 볼 때.. 우리가 TV중계를 상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라디오 중계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상세하게 설명해 줘야 이해하는데 TV는 화면을 따라가기 때문에. 그래서, "물컵 좀 주실래요?" 라고 표현할 때 분명히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겠죠? 자막에는 "물컵!"만 해도 갖다 주니까 의사소통이 되는 거죠.

박인규 : 한 14년 동안 이른바 유명하고 좋다는 영화들은 다 번역을 하셨는데, 외화번역가로서의 생활, 보람이 있다면 가장 큰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이미도 : 영화를 가장 먼저 본다는 거겠죠. 식스센스라는 아주 잘 만든 영화를 국내에서는 제가 최초로 봤습니다. 보고 나서 영화사 관계자 분들께서 궁금했겠죠. 바빠서 저 먼저 봤으니까. 저는 그런데 영화에 대한 내용을 얘기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브루스 윌리스의 정체를 얘기해 버리면 스포일러... 결정적인 걸 망쳐버리는 게 되잖아요. 그래서 끝내 얘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뭐 괜찮다고 어떤 얘기든 해도 좋다고 해서 공개를 했죠. 그랬다가 나중에 맞아 죽을 뻔했습니다.

박인규 : 영화 보는 재미를 완전히 없애 버렸다.

이미도 : 새 영화를 가장 먼저 보고, 항상 새로운 영화를 본다는 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고. 또 미국권 영화를 우리 문화권에 소개한다는 사명감이 커서 직업적인 보람도 크죠.

박인규 : 93년부터 주로 할리우드 영화를 번역하셨기 때문에, 영화를 보시면 미국 영화의 흐름 같은 것도 나름대로 보이실 것 같은데요?

이미도 : 그럼요. 요즘은 예전에 나왔던 영화들을 다시 만듭니다. 리메이크. 그 이유가, 소재가 고갈돼 가는 거죠.

박인규 : 좋은 시나리오가 없군요.

이미도 :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또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정말 좋은 시나리오가 나오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리메이크가 추세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영화 참 좋아하고 웬만하면 데이트 코스 중 하나가 영화인데, 외국영화.. 영어로 된 걸 열심히 보면 영어가 늘 수 있습니까?

이미도 : 늘죠. 우리가 1,2,3,4차원을 예로 들자면 1차원은 우리가 하나의 단어라고 보면, 2차원은 단어가 나열된 문장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문장이 많이 나열되면 우리가 책을 통한 3차원을 상상할 수 있듯이, 영화를 통해서 보면 4차원적 입체적 공간에서 영화를 상상하고 배울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영미권에서 현재 같이 생활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영화를 통해서 영어를 익히면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간접체험할 수 있죠. 그 상황 속에서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정말 미국인이 사용하고 있는 살아있는 언어만 배울 수가 있죠.

박인규 : 저희 같은 경우는 자막 따라가기 바빠서 귀에 안 들어오더라구요.

이미도 : 영화관에서는 자막을 통해서 이해를 하시겠지만, 곧이어 DVD가 나오니까 그걸 통해서 영화캡션 도움을 받거나 안 받거나. 아무래도 외국어는 반복학습을 강조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박인규 : 영화를 통해서 영어를 배우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봐야겠군요.

이미도 : 좋아하는 영화를 선택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라이언 킹만 열 번 스무 번 보는 아이들이 있고, 물고기가 좋은 아이들은 니모를 찾아서. 초능력자.. 인크레더블. 그렇듯이 성인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액션, 어드벤처... 많죠. 호러 영화도 좋겠고 좋아하는 장르의 좋아하는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필요한 표현들을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면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간접경험의 효과가 있겠죠.

박인규 : 영화가 효과가 있지만 역시 그래도 반복학습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는 요즘 대한민국 사람들의 비원인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 하는지 질문해 보겠습니다. 물고기 도서관이라는 1인 출판사를 내고 책을 내셨어요. 우선 1인 출판사라는 건 혼자 사장도 영업사원도 하시는 건가요?

이미도 : 예. 그래서 직함이 대표이사 사원입니다.

박인규 : 출판사 이름이 재밌어요. 물고기 도서관.

이미도 : 물고기는 제가 평소 영화 번역 일을 오래 하면서 흥행하는 영화와 못하는 영화들의 차이가 뭘까, 어떤 것 때문일까를 생각하다가 정리를 한 것이 바로 물고기입니다. 즉, 미녀는 괴로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대중문화, 즉 트렌드를 따라잡거나 맞춰 가거나... 유행이 중요하죠. 그래서 패션의 f와.. 아이디어가 좋아야지요. 영화 보고 나서 소개할 때 소재가 뭐냐고 묻듯이. 그래서 i. 그리고 스토리는 정말 중요하죠, s.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났을 때 마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가슴을 건드려 주는 감동이 있다면 더더욱 좋겠죠. 그래서 패션, 아이디어, 스토리, 하트의 머릿글자를 따면 fish가 되거든요. 그런 게 가득 들어있는 도서관이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박인규 : 영화를 14년 동안 쭉 보시니까 또 이런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기시는 거군요. 책 이름이 '아인슈타인의 성공노하우에 따른 영화백개사전,영어백과사전'인데, 우선 사전으로 돼 있어요. 영화에서 배울 만한 구절들을 소개하신 건가요?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시죠.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이미도 : 영화백개사전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영화가 백 편 들어있구요, 그 백 편의 선정기준이 백 개의 영어 키워드에요. 영화는 사람들의 삶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매체이듯이 인생 전반적인 것을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를 백 개 정도 추려내고, 그 백 개의 키워드를 대표하는 영화들. 이를 테면 키워드가 희망이다 하면 쇼생크 탈출. 키스면 프렌치 키스. 칭찬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런 영화들을 장르별로 배치하죠. 영화가 장르별로 맛이 다르듯이 영어도 장르별로 맛이 다르거든요. 우리가 으스스하다는 표현을 만들고 싶을 때 호러 영화 장르에서 spooky라고 하면 소름이 바짝 돋는.. 으스스한. 이렇게 되듯이 다양한 장르별 영어 표현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박인규 : 말씀만 들어도 굉장히 재밌을 것 같은데 책은 많이 나갔습니까?

이미도 : 이제 막 서점에 소개가 됐고 매체에서 널리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성공노하우는 또 뭡니까?

이미도 :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한 말 중에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하려면 일과 놀이를 함께 하라고 했습니다. S=P+W라고 했거든요. 플레이 +워크죠. 일을 놀이처럼, 놀이를 일처럼 하는데, 영화는 엔터테인먼트니까 놀이죠. 영어는 대부분 노동으로 생각하죠.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영화를 통해서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를 통해서 영화를 즐기면 좀 더 성공할 수 있는 기회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박인규 : 놀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놀자. 지금까지 주로 외화번역을 해오셨는데 직접 책을 쓰셨어요. 번역하는 것과 책 쓰는 건 다르지 않던가요?

이미도 :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번역을 아이를 입양하는 것에 비유하고 싶고 글을 쓰는 건 아이를 잉태하는 것에 비유하고 싶고 책을 만드는 건 출산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그 각각의 의미와 재미가 다르기 때문에 두루두루 다 병행할 생각입니다

박인규 : 백 가지 키워드라고 말씀하셨는데, 그중 아까 호프, 희망, 쇼생크 탈출 말씀을 하셨는데 혹시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키워드는 어떤 게 있습니까?

이미도 : 저는 칭찬을 꼽고 싶습니다. compliment.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실 칭찬보다는 칭찬 안 하면서 사는 게 더 보편적입니다.

박인규 : 하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이미도 :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다거나 격려를 해서 사기를 진작시켜 주고 싶다거나, 누가 잘못했지만 힘을 불어넣어 줄 때에 칭찬만큼 큰 위력을 갖는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극중에 그 괴팍스러운 남자도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이라는 말을 하죠.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한다는 표현만큼 극찬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게 잭 니콜슨이 나온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대사입니까?

이미도 : 그렇습니다.

박인규 : 칭찬을 통해서 서로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영어를 굉장히 잘 하시니까 주변에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느냐. 영어 마스터의 지름길은 없느냐는 질문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 말씀해 주십니까?

이미도 : 요령, 방법, 묘책, 왕도에 목말라하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더 발전할 수 있지만 발전이 더딘 이유는 허리병에 제가 비유하는데요, 영어로 hurry. huryysickness가 조급증인데요. 1주일에 1회를 쉬고 6일 동안 하루 한시간씩 공부하면 6시간이고 한 달은 4주니까 6X4+24. 한 달에 4주 공부하면 24시간 하죠. 그러면 영미권에서 하루 사는 시간이죠. 1년간 그렇게 공부하면 이틀 빠지는 2주죠. 그러니까 조급해선 안 되는 거죠. 천천히 끈기 있게 공부하되 시험 위주가 아니라,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가금 토플 토익에서 만점을 받는 이유는 영화 많이 보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히 실력이 쌓여서 토플 토익을 봤는데 좋은 점수가 나오는 거예요. 토플 토익책만 갖고 영어공부를 하면 시험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인과 마주쳤을 때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까....

박인규 : 스테디 앤드 슬로우. 사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건 점수 잘 맞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의사소통을 위한 것인데....

이미도 : 그래서 결국 시험방식도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박인규 : 강남이든 어디든 간에 영어조기교육 붐이 불어서 서너살 때부터 학원도 가고. 심지어 예전에는 혀를 잘 굴리게 하기 위해서 수술도 한다는 말도 있었는데 우선 영어조기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미도 : 어느 정도는 아까 말씀드린 허리병이 작용한 역효과라고 보고 싶습니다. 조기교육이라 하더라도 그 아이의 수준에 맞는 방법을 찾아야 되는데, 4,5,6세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영화 한 편을 제대로 이해하겠습니까. 그냥 보면서 맘껏 즐기고 놀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면.... 그래서 어떤 어린아이는 5, 6세 정도 됐나요 라이언킹을 한 100번 정도 봤다고 합니다. 가능한 얘기거든요. 그 정도 되니까 영화를 보면서 그게 정확하게 의미는 어떻게 되고 문법적으로 어떤지는 모르지만 유사하게 따라한다는 거예요. 캐릭터의 몸동작까지 따라하면서 대사를 친다거나. 그런 방법이 좋은 거지, 대사 하나하나를 따져 가면서 하면 절대로 아이들은 이해를 못 하죠.

박인규 : 영어식으로 생활하는 영어 캠프는 효과가 있다고 보세요?

이미도 : 체험학습 면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계혹 혼자가 돼서 또는 부모가 이끌어 줘서 공부할 때 그 환경이 지속적으로 유사하게 유지만 된다면 좋은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그러나 그게 한 번으로 끝나선 안 되고 계속 반복이 돼야 한다.

이미도 : 예. 그 교육환경에 계속 있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박인규 : 외화번역으로 시작하셔서 이제 출판사 사장님도 되셨고. 물론 사원이기도 하지만. 책도 본인 스스로 내셨는데, 앞으로 하실 일이 많으실 것 같아요. 혹시 앞으로 영어 전문가로서 하시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건지...

이미도 : 지금까지 해왔듯이 기존에 나온 적이 없는 류의 영어학습서를 지속적으로 쓰고 싶고 쓰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고. 그리고 아주 심도있게 관심갖고 있는 분야가 한국영화 제작입니다. 제작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진행하는 작품도 있고. 그동안 시나리오 많이 보고 연구했으니까. 또 흥하는 영화 망하는 영화를 가까이서 지켜봐 왔기 때문에 좋은 한국영화 만드는 데 참여해서 해외에 알리는 일에도 참여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번역으로 시작해서 영어 쪽으로 일하시면서 또 영화 쪽으로도 일하시는군요. 너무 욕심이 많으신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이미도 : 실현이 된다면 욕심이 되겠지만요.

박인규 : 언젠가 또 이미도씨가 감독 또는 제작자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많은 활약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미도 :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외국영화 번역가 이미도씨와 함께.. 외화 번역가로서의 생활과 외국영화 속 명대사의 숨은 매력.. 그리고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 얘기 나눠 봤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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