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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학습효과' 없는 네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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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라크 학습효과' 없는 네오콘

"또 이란 침공 주장…그러나 '대중 인식'은 바뀌어"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관계가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최고 결정권자'를 자임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행정부 내 무소불위' 딕 체니 부통령이 경쟁하듯 이란에 대한 경고장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방송 인터뷰에서 "만일 이란이 우리 군대나 무고한 이라크 주민들에게 해악을 끼치기 위해 이라크 내 군사행동을 강화한다면 우리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고, 체니 부통령은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항모를 증파한 것은 이란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군사 조치를 배제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나서서 이란 침공 가능성에 높은 우려를 표했음에도 이란 침공 시나리오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의 퇴진 이후에도 여전히 부시 행정부의 지휘봉은 네오콘(Neo-conservatives: 신보수주의자)의 손에 있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이에 미국의 사회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1월 31일 영국의 일간 <가디언> 기고를 통해 "네오콘이 열성적으로 추진했던 이라크 침공이 재앙적인 결과를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또 다시 이란을 침공해 재앙을 되풀이 하려 하고 있다"며 "네오콘은 지난 5년간 재앙에서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개탄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네오콘들이 이라크에서 배워야 했으나 배우지 못한 교훈'으로 △테러리스트, 민병대 등 초국가 행위자들(transnational actors)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 잠복한 상황에서는 거대 병력을 이용한 군사적 대응은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고 △핵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벌인 예방전쟁(preventive war)이 오히려 핵 확산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았으며 △부시 행정부의 전쟁 수행 및 민심 수습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후쿠야마 교수는 이란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교체"라면서도 군사행동으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란의 3분의 1도 안 되는 이라크에서도 허우적대는 판국에"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다간 승리를 장담키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군사행동은 테러리스트를 자극하고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국내 기반을 강화할 가능성만 크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후쿠야마 교수는 "이란에 대한 네오콘들의 일련의 주장을 보면서 내가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그 기본적 가정과 주장의 톤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네오콘이 실제로 이란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후쿠야마 교수의 <가디언> 기고문을 전문 번역한 것이다.
▲ 네오콘에 둘러싸인 부시? 연설 중인 부시 미 대통령 좌우로 대표 네오콘인 딕 체니 부통령(좌)과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이 나란히 서 있다ⓒ연합

오늘날 미국은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모든 나라들의 군사비를 합친 것만큼이나 많은 돈을 군사력에 쏟아 붓고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 침공 후 4년 가까운 안정화 노력과 수천명에 이르는 미군 병사의 희생, 그리고 50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인구 2400만의 이 조그마한 나라를 성공적인 민주국가로 전환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평정조차 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라크 경험에서 배워야 할 세 가지 교훈

이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21세기의 첫 10년 동안 국제정치의 본질이 현저하게 변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거쳐 남부 사하라와 중앙아시아에까지 정세가 불안정한 일대 내에서는 수많은 취약한, 심지어 실패한 국가들과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초국가적 행위자(예를 들면 알카에다와 같은 국제테러단체)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의 특징이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라크, 레바논, 소말리아, 팔레스타인 등의 국가는 자신의 영토 내에서 주권을 행사할 능력이 없다. 그 영향력과 권력이 알카에다 같은 테러리스트나 헤즈볼라처럼 군대가 딸린 정당, 그리고 다양한 민족적, 종파적 세력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미군은 적을 분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압도적 군사력을 예기치 않은 순간에 결정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반란군과 민병대가 일반 시민들 사이에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이 엄청난 군사력의 사용은 역효과를 발휘하기 십상이다. 반란군과 일반 시민과의 거리를 벌려놓아 반군세력이 자유롭게 군사행동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기는커녕 오리혀 반군과 일반시민을 한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국적 없는 군대와 테러리스트를 패퇴시키기 위해서는 군사적 수단보다는 정치적 수단이 보다 효과적이다. 즉 압도적 군사력에 의한 '충격과 공포' 보다는 정치적 수단에 의해 일반 시민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경험에서 배워야 할 두 번째 교훈은 이른바 예방전쟁은 깡패국가들로의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좋은 방법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부시 독트린은 이라크에 대한 예방전쟁을 통해 핵무기를 가지려는 국가, 또는 세력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미국이 이 전쟁에 투입한 비용 자체가 너무 높아서 정반대의 교훈을 낳고 말았다. 다시 말해 미국의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핵확산) 억제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어떤 국가가 핵무기를 획득한다면 미국에 의한 예방전쟁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얻어야할 마지막 교훈은 최근 미국 행정부가 하루하루 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보여준 무능함이다. 부시 행정부는 스스로 세운 야심찬 목표를 끝까지 성취해 내는 데 얼마나 서투른가를 내보였다. 이라크에서 부시 행정부는 마치 집중력결여장애(attention-deficit disorder) 환자인 양 행동해 왔다. 미국은 2004년 6월 30일 이라크 주권이양이나 2005년 1월 30일 이라크 총선 같은 주요 행사들을 유능하게 해치우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라크 군을 훈련시키고, 이라크의 대외관계를 정상화시키며, 약속한 시한 내에 이라크 재건을 완수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무엇보다 이처럼 임무 완수에 실패한 행정부 관료들의 책임을 묻는 데도 실패했다.

행정능력의 결여는 이론상으로는 시간이 흐르면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행정능력의 부족은 미국의 원대한 전략에 단기적으로 커다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네오콘 이론가들은 미국이 테러리즘, 핵확산, 불량국가, 인권유린 등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권력을 현명하고 결단력 있게 사용함으로써 전 세계에 선의의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선한 의도를 믿는 우방이나 동맹국들로서도 미국의 정책집행상의 실패나 이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들에 대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변하지 않는 네오콘과 변하는 대중의 인식

중동 내에서 이란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두고 네오콘이 논의하는 과정을 보아하니 이들은 이라크에서 아무런 교훈도 배우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최근 들어 이란은 미국은 물론 중동 내 친미 국가들에게도 엄청난 도전 세력으로 성장했다. 알카에다와 달리 이란은 엄연한 국가이며 (1차대전 이후에 생겨난 이라크와는 달리) 오랜 역사를 가진 국가이다. 에너지 가격이 증가하는 시점에 풍부한 자원을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 이란은 원래 급진 이슬람 정권의 통치 아래 있기는 했으나, 2005년 6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좀 더 편협하고 공격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이란을 키운 것은 미국이다. 이라크를 침공해 이란 세력의 대항마 격이었던 바트당 정권을 제거하고 이란 정권과 가까운 시아파 세력에게 이라크의 권력을 넘겨준 것은 미국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원하고 있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이란은 원자력발전이라는 평화적 목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석유자원 보유국인 이란이 굳이 원자력에너지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 무기 개발의 기반인 것이다. 이란이 핵폭탄을 갖고 있는 편이 그렇지 않은 편 보다 안전할 것이란 이란인들의 결론은 이성적으로도 손색없는 판단이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종결시키기 위한 협상에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전략을 구사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워 보인다. 무력 사용은 호소력이 없는 대안이다. 이란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이라크에서도 허우적대는 판국에 이란 침공 계획이 설득력을 얻을 리 만무한 것이다. 공군이 지휘하는 공격이 가능하겠지만 정권교체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란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정권교체다.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정보가 이라크침공 때보다 월등하다고 자신할 수도 없다. 오히려 공군작전의 개시는 아마디네자드 정권을 넘어뜨리기보다는 든든히 세워주는 작용을 하기 쉽다. 대신 테러리즘과 미국 및 그 우방에 대한 공격은 촉진될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 때보다 국제적으로 더 고립돼 확실한 동맹이라곤 이스라엘밖에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고려도, 이라크에서 완패한 사실도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감행하자는 네오콘들의 주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들 중 일부는 아예 이란이 이라크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이라크를 침공한 결과 미국의 신뢰가 훼손됐고 이란을 제어할 수 있었던 강력한 수단마저 약화된 사실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다.

아마디네자드가 또 다른 히틀러가 될 수 있다느니, 최근 협상이 1938년 뮌헨협정(히틀러에게 체코슬로바키아를 넘겨줬던)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느니, 이란이 제어불가의 광신도들의 볼모가 돼 있다느니, 서구는 '문명적 위기(civilizational danger)'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느니 하는 이들의 말이 모두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될 합리적 근거들도 얼마든지 있다. 무엇보다 이란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지닌 엄연한 국가이다. 핵무기를 가져서라도 스스로를 방어해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이란은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세계적 강대국이 아니라 지역강국이다. 이란은 예전에도 극단에 치우친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선언한 적이 있었지만 중요한 국가적 명운이 걸려있을 때에는 이런 이념적 명분에 따른 행동을 자제했다. 그리고 이란의 의사결정과정이 일사불란한 것도 아니며 가장 급진적인 세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이란에 대한 네오콘들의 일련의 주장을 보면서 내가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그 기본적 가정과 주장의 톤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할 당시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심상찮은 일들을 겪었고 네오콘 스스로가 주장했던 정책의 실패가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들으려는 미국 대중들의 태도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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