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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순결' 잃은 헤즈볼라, 민심에 버림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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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순결' 잃은 헤즈볼라, 민심에 버림받나

"권력 지향적 투쟁에 대중 실망"…후세인 사형 역풍도

레바논의 시아파 정치단체 헤즈볼라는 작년 7월 미국의 지원을 업은 이스라엘과 대등한 전쟁을 벌여 '아랍의 별'로 급부상했다. 당시 레바논은 물론 다른 아랍 국가에서도 "헤즈볼라가 아랍의 옛 영광을 되찾았다"는 찬사가 쏟아졌고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사담 후세인의 빈자리를 메울만한 정치지도자로 추앙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인기가 올해 들어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알자지라> 방송 인터넷 판은 30일 복수의 아랍 언론인들과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헤즈볼라의 영웅적 이미지가 심하게 훼손됐다"고 전했다.

헤즈볼라, '이란의 하수인' 아니냐는 의심

헤즈볼라에 대한 대중적 신망을 꺾어버린 것은 지난 주 레바논 정부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헤즈볼라가 보여준 태도였다.

헤즈볼라는 지난 23일 파우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선언했고 25일에는 수니파가 주로 거주하고 있는 베이루트에서 시위를 조직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대학 내 유혈충돌에서는 3명이 죽고 340여 명이 다쳤다.

이에 시리아 정치활동가인 아크람 알-바니니는 "헤즈볼라의 이미지가 '저항의 기수'에서 '권력 지향적인 전사'로 바뀌었다"고 평했다.

헤즈볼라가 도로를 점거하고 거리에서 타이어를 태우는 등 집단행동을 감행한 것은 '대화를 존중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위협만 즐기는 단체'라는 부정적 인상을 강화시켰다는 설명이다.

작년 7월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이라는 '명백한 적'이 존재했던 반면, 지난주 시위의 상대는 수니파 정부였다. 시니오라 총리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수니파라는 종파 기반이 우선이기에 헤즈볼라의 행동은 상대 종파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되기 쉬웠던 것이다.
▲ 헤즈볼라가 '아랍의 영웅'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시아파란 종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서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사진은 베이루트 공항 인근에 걸린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의 포스터. ⓒ로이터=뉴시스

헤즈볼라가 이란과 시리아라는 막강한 배후를 갖고 있는 것도 그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헤즈볼라가 레바논이 아닌 이란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냐는 불신이 레바논 대중 사이에 싹트고 있다는 얘기다.

나스랄라 이전에 헤즈볼라를 이끌었던 셰이크 타파일리는 지난 27일 나스랄라가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추종한다고 밝혔다.

알-바니니는 역시 "최근 하메네이가 '레바논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항해 싸우는 전장'이라고 말했을 때에도 헤즈볼라는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며 "헤즈볼라가 이란.시리아와 결속돼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시아파' 울타리 넘어야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사형을 두고 헤즈볼라가 보여준 태도도 아랍 대중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알-마나르 TV>는 최근까지 후세인 전 대통령의 사형 장면을 "'고소해 하는 듯'한 톤으로 보도했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시아파 세력인 헤즈볼라에게 수니파를 이끌었던 후세인은 정적(政敵)에 가깝기 때문이다.

나스랄라는 한 술 더 떠 후세인의 사형을 축하하기까지 했다.

이에 요르단 일간 <알 가드>의 편집장인 아이만 사파디는 "나는 사담 후세인의 행적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나스랄라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헤즈볼라에 우호적이었던 자신들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헤즈볼라는 '시아파 깃발'이 아닌 '이슬람의 깃발' 아래 대중적 지지를 얻었던 만큼 종파적 이해관계를 극복하는 것인 돌아선 민심을 회복하는 길로 보인다.

이에 나스랄라는 29일 대중 연설에서 "우리는 종파 간 분쟁과 내전에 반대한다"며 "헤즈볼라가 레바논 인에게 총을 겨누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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