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남한 대선 앞둔 북한의 '적극 대남공세' 앞에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남한 대선 앞둔 북한의 '적극 대남공세' 앞에서

한반도 브리핑 <38> 6자회담-남북대화 병행 방침의 배경

지난해 10월9일 핵실험을 한 북한이 올해 들어 6자회담과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다. 1월 1일 로동신문, 조선인민보, 청년전위 3개 신문의 신년 공동사설, 공동사설 해설기사, 1월 17일 발표한 정당·정부·단체 연합성명 등에서 이러한 기류가 확연하다.

충분히 예상됐던 행보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 이후 이같은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실천방안을 준비해 왔다. 북한은 먼저 지난해 11월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간 회동을 통해 6자회담 재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마카오 방코델타은행(BDA)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고, 12월 5차 6자회담 2단계회의에 나왔다.

지난 1월 16∼18일 김계관-힐의 '베를린 북미회동'에서도 BDA 문제에 대해 북미가 합의한 별도의 워킹그룹을 통해 해결을 모색해 간다는 양보안을 내놓았다. 북측이 지난해 12월 6자회담에서 BDA의 자국 계좌동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협의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 6자회담을 앞두고 보여주는 북한의 유연한 태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진은 북한, 일본, 미국,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연합뉴스

이에 따라 조만간 BDA에 묶여 있는 50개 북한 관련 계좌 가운데 합작법인 대동신용은행의 600만 달러, 현대아산 송금계좌 등 이른바 '합법계좌'의 동결이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지난해 12월 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대한 협의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해 6자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 가동중단을 포함한 핵시설 동결 △투명한 신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입국 허용 등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수용하면 △문서화된 안전 보장 및 테러지원국 명단에서의 삭제 △식량 및 경제지원 △국교 정상화 협의 착수 등의 호혜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패키지 딜'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북한이 최근 보여준 태도는 올해 안에 6자회담에서 일정한 진전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실험 성공, 부시 미 행정부의 중간선거 패배, 미국이 이라크 수렁에 빠진 상황 등 변화된 국내외 정세를 활용해 6자회담을 유리하게 이끌고 나가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월 1일 "조선은 (올해) 대담무쌍하게 미국에 대한 외교적 공세를 강화해 나갈 공산이 높다"며 "핵시험을 실시한 시점에서 조선은 미국의 위협과 간섭에 종지부를 찍는 노정도(로드맵)를 마련해 놓았다고 보는 관점이 타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 6자회담 및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 2005년 9.19공동성명의 1단계 이행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남북대화 추진의 의도는?

북한은 6자회담과 함께 남북대화도 병행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2000년부터 북미-남북관계 병행 정책을 지속적으로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2002년, 2005년의 남북-북미관계는 이를 잘 보여준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가 닫힌 고리를 풀고 대화에 나선다면 남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채널로 전달하고 있다. 지난 19일자 조선신보의 보도가 시사적이다.

조선신보는 이날 "공동사설에서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받들어 우리 대에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김정일 장군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강조한 것은 올해의 북남관계 발전전망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라며 "새해 벽두부터 연달아 표명되는 조선(북)의 통일의지에 남측이 호응할 경우 올해 북남관계는 새로운 발전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신문은 "올해 북측은 6.15의 정신을 전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정책적 공세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올해 공동사설에서 민간교류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를 복원하겠다는 뜻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남북장관급회담 중단의 직접적 요인이 됐던 '인도적 지원 문제'가 풀리면 당국간 대화에 다시 나오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도 남북적십자회담 재개를 통해 막힌 당국간 대화를 복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올해 6자회담과 남북대화에 적극 공세로 나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첫째, 지난해 중간선거 패배 이후 적극적인 북미대화로 선회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활용해 대북 경제제재를 풀고 2000년 하반기와 같은 '북미관계 정상화 국면'을 조성하겠다는 의도이다.

둘째는 6자회담 진전을 남북대화에 연결시켜 올해 대선에서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집권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다. 조선신보는 19일자 기사에서 "올해 1년간의 북남관계와 통일의 정세가 연말의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게 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셋째는 북한 당국이 올해 공동사설에서 '경제문제를 푸는 데 국가적 힘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관련이 있다. 북한이 올해 최대 목표를 '인민생활 향상'으로 정한 만큼 당분간 강경 행보를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경제발전에 필요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적으로 여전히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부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인민생활 향상 및 경제재건이라는 최우선 목표수행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외부의 경제제재를 풀어 보겠다는 것이다. 평양 시내에서 '핵보유국' 구호가 경제건설을 강조하는 플래카드로 대체된 것이 북한의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구호는 농업 증산과 경공업 제품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에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6자회담의 진전에 맞춰 남북적십자회담→남북장관급회담→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순으로 대화 복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비료와 식량 등 인도적 지원 재개→DJ 또는 정부 특사 방북 합의, 경의선 열차 시험운행→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 등으로 연결될 것이다. 남북은 2006년 6월 6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제1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경의선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전제로 한 대북 경공업 원자재 유상 제공'에 합의한 바 있다.

'핵' 대신 '경제' 구호 등장한 평양 시내

이러한 일정대로 남북대화가 이어진다면 올해 남북관계는 급물살을 타게 되고, 남북정상회담 추진 움직임도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지난해 5월 철도 시범운행을 무산시킨 북한의 완고한 태도가 얼마나 유연해지느냐의 문제가 있다.

지난해 5월 28일 북한은 남북군사회담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열차를 통한 그 누구의 평양 방문이나 월드컵 응원단의 서해선(경의선) 통과 시도, 열차 수송에 의한 개성공단 건설 활성화 등은 정략적 기도"라며 남북 열차통행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북한 군부는 당시 "철도 개통을 위한 군사보장 대책을 세우려면 서해상 충돌 방지 문제와 같은 군사적 긴장 문제를 우선 풀어야 한다"며 남측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설정을 요구했다.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북한은 남북대화를 한 단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간 '근본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 같은 북한의 강성 기류는 지난 1월 17일 북한의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의 담화에서도 감지된다. 그는 "남조선(남한) 당국은 외세에 추종하여 동족을 반대하고 제재하는 수치스러운 일을 하지 말며 현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화해와 협력, 통일의 길로 나가기 위한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은 하나같이 남측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는 △무력 증강과 합동군사연습 중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투쟁 △동족을 적대시하는 법·제도적 장치 철폐 등을 요구했다.

다만 이러한 요구가 매년 반복돼 왔기 때문에 원칙적인 입장표명이고, 실제 대화과정에서는 유연하게 나올 가능성도 높다. 북한이 올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발전 국면'을 시사했고, 6자회담에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공동사설에서 북한 당국이 "인민군대가 경제건설에서 주력군으로서의 역할을 놀 것을 촉구"한 대목도 긍정적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개성관광 사업자를 롯데관광으로 바꾸라는 요구를 접고 당초 합의자인 현대아산과 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부터 금지됐던 남측 인사들의 개성시내 출입도 다시 허용했다. 24일에는 신임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개성을 방문한다.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던 개성관광 사업 논의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 '선군' '핵' 대신 '경제'를 강조하는 북한의 2007년 새해 공동사설 관철 군중대회 장면 ⓒ연합뉴스

남한 내외 사정은 '암울'

문제는 남북관계의 복원과 진전,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대선을 앞둔 여권의 '대선용 히든카드'로 경계하는 한나라당의 반대와 북한 핵실험 이후 북측으로 들어가는 현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라 국내 정치권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북강경파들도 BDA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는 듯하자 이번에는 '유엔개발계획(UNDP) 자금 전용 의혹'을 제기하며 북미대화 분위기에 딴지를 걸고 있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 여권의 신당 추진 등 국내의 복잡한 정치 상황 때문에 남북대화를 위한 추진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6자회담은 진전되는데 국내 정치권의 복잡한 상황 때문에 남북관계만 지지부진한 상황이 우려된다. 특히 6자회담이 북미협상 결렬로 좌초되고 우리 정부도 6자회담 촉진자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자칫 올해 한반도 정세가 1993∼1994년의 1차 북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북선제공격론이 득세하는 위기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북한이 올해 정책기조를 '6자회담과 남북대화 병행 추진'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우리 정부도 빠른 시일 안에 불필요한 '남북정상회담 논란'에서 벗어나 남북장관급회담 복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남북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여기서'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정상회담'이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주관적 목표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북한은 6자회담과 북미대화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고, 남북대화에서는 6.15공동선언의 이행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확고한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는 남북장관급회담과 남북경추위에서 합의한 사항 가운데 우리 정부가 실제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다시 말해 국내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수준에서 남북관계 복원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남북은 남북장관급회담에서 3차례에 걸쳐 △상대방의 사상과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실천적 조치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실천적인 대책 △경제분야에서 민족공동 번영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하는 협력 실현 등에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이 중에서 어떤 사안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 현실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북한의 적극적인 대남공세에 어떤 수준으로 호응할지에 대해 여야 정치권과 국민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연기된 경의선 철도·도로 시범운행 여부가 올해 남북관계 순항 여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기준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