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중인 볼턴 전 대사는 17일 김정일 정권이 붕괴돼야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다면서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핵 6자회담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대사는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러 번 생각해 봤지만 현실적으로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 체제 붕괴와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뿐"이라며 '북한 붕괴론'을 역설했다.
그는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력 강화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잘 섞어 구사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1994년의 북미 제네바합의를 위반하며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해 온 전례를 거론하면서 북한이 6자회담 틀 속에서도 비슷한 일을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겨냥해서도 "잘못된 길을 계속 갈 경우 (중국으로서는) 더욱 곤란한 입장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대사는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려면 "수천에 달하는 지하 핵시설을 포함해 (북한의 핵 개발을) 완벽히 검증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미일 양국에 대해 6자회담을 포기하고 다음 수단을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PSI '개발자'의 대북 압박 정책
볼턴은 전날인 16일에도 뚜렷한 성과없이 6자회담의 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만 발전시킬 뿐이라며 '6자회담 무용론'을 설파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에 더욱 강경한 자세를 취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안보상 이점이 있다는 것을 중국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지난 14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워싱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북핵의) 유일한 해결책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볼턴 전 대사는 부시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며 딕 체니 부통령,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전 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펄 전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장,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등과 함께 이라크 침공과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도한 매파 중의 매파다.
볼턴은 유엔 대사 재임 시절에도 "유엔이라는 것은 없다"며 유엔은 미국의 패권을 보조하는 기구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드러냈고 국무부 부장관 재임 시절 스스로 고안한 PSI의 확산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의회 인준 전망이 힘들게 되면서 유엔대사 재지명이 철회된 볼턴은 현재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으로 있다. 당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경질에 이어 볼턴까지 물러나면서 네오콘의 퇴조 현상이 거론되었으나 최근 미국의 대 이란 정책 등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장외 실력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붕괴시켜야 하고 대북 제재와 PSI를 강화해야 한다는 볼턴의 주장은 국무부 협상파들이 6자회담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네오콘들의 이같은 여론전이 계속될 경우 협상 국면에 진입한 북핵 문제가 미국내 강경 흐름이라는 암초를 다시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볼턴 전 대사는 지난해 10월 24일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도 "안보리 제재가 북한의 핵무기 추구를 단념시키는 데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다른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염두에 둔 듯 한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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